생성형 AI 적극 투자 빅테크 수요 따라내년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 30~40% 증가 예상한계 직면 미세화… 차세대 반도체 성능 핵심 '패키징'美 패키징 핵심 기지 '인도' 낙점… 마이크론 후공정 투자 선언
  •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같은 하이엔드 반도체에 필요한 첨단 패키징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미국이 인도를 패키징 핵심 기지로 키우려는 시도에 나서며 마이크론의 투자를 이끌어낸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 변화가 예고된다.

    27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반도체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은 내년까지 30~4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키징은 회로를 새긴 반도체 칩을 포장하는 후공정 기술이다. 기존에는 노광이나 에칭, 식각 등의 전공정 과정에서 초미세회로를 만드는 기술이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미세화'의 핵심이었지만 이 미세화 기술이 거의 한계에 도달하면서 이제는 패키징 같은 후공정 기술에서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첨단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첨단 패키징은 다수의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결합하는 방식 등으로 반도체 효율을 높일 수 있어 AI 서버와 같은 고성능 컴퓨터 설비에 필수적이다.

    특히 이 같은 고성능 컴퓨터에 들어가는 고대역 메모리(HBM)는 첨단 패키징이 필수다. HBM은 여러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일반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이다. 이렇게 같은 D램을 쌓아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반도체를 같이 묶어서 패키징한 제품들도 개발되면서 첨단 패키징 기술이 차세대 반도체 성능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현재 첨단 패키징 기술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다. TSMC는 자체 개발한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기술로 엔비디아와 AMD, 구글 등의 고객사들이 원하는 고급 AI 칩을 생산하고 있다. 서로 다른 칩을 실리콘 인터포저로 연결하는 2.5D 패키징에 해당하는 이 기술은 TSV(Through silicon Via)이 있는 실리콘 인터포저를 활용한 덕분에 패키지 기판까지 연결이 가능해 더 많이 칩을 쌓을 수 있고 면적도 더 넓어질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TSMC를 중심으로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이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일단 올 연말까지 TSMC의 CoWoS 월간 용량이 1만 2000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하반기에도 고급 AI 칩 수요는 이어지고 내년까지도 이 같은 수요가 이어지면서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도 성장할 것이란 결론에 이른 것이다.

    TSMC 외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첨단 패키징 분야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메모리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인도 구자라트 지역에 신규 패키징 공장을 짓기 위해 총 27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도 이에 화답해 총 1100억 루피(약 1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마이크론은 이에 앞서 중국 시안에도 패키징 공장을 짓는데 6억 300만 달러(약 8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선언한 상태다.

    마이크론의 인도 패키징 공장 투자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규제하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첨단 장비나 추가 투자를 금지하는 조치를 앞으로도 이어가는 동시에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 핵심인 후공정 분야까지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업계에선 미국이 기존에 값싼 인건비로 반도체 후공정을 전담했던 중국 대신 인도와 베트남 등 더 싼 인건비를 갖춘 국가를 후공정 전진 기지로 키우는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기존에 중국에 의존하고 있던 후공정 구조를 다른 국가로 바꾸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미국 투자를 발표했는데 이 투자가 후공정 공장이나 연구·개발(R&D) 센터가 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중국 쑤저우에 두고 있는 후공정 공장을 장기적으로는 인도와 베트남으로 옮겨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