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강화시 '1등 금융지주' 가능함영주 회장 "M&A 포함 적극적으로 業 확대해야""하나금융이 M&A 시장의 큰손 될 것"
  •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하나금융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하나금융
    '함영주 호(號)'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입찰에 단독으로 뛰어들었다.

    전년에 이어 올 1분기 리딩뱅크에 오른 은행 부문에 더해 비은행 강화로 '리딩금융'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포부의 일환이다.

    보험‧카드 등 비은행 실적만 받쳐준다면 국내 1등 금융지주에 올라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내부 판단이다.

    KDB생명 인수 추진은 이같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의 신호탄이다. 함영주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비은행 부문 M&A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KDB생명 매각 본입찰 마감 결과 하나금융지주만 입찰에 단독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경쟁자로 꼽혔던 우리금융지주는 결국 참여하지 않았고, 앞서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와 WWG자산운용도 본입찰을 포기했다. 

    2000억원대로 예상되는 입찰가는 하나금융 입장에선 향후 자본확충 등을 감안해도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KDB생명의 자산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17조 1434억. 하나생명(6조 3265억원)과 합치면 23조 4699억원으로 단숨에 생명보험 업계 8위권까지 오르게 된다.

    하나금융은 그간 전체 실적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아 비은행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올 1분기 총 순이익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6.8%에 그쳐 경쟁사인 KB금융(40.9%)와 신한금융(37.0%)에 크게 뒤쳐진다.
  • ▲ KB, 신한, 하나금융의 1분기 은행 및 비은행 순이익 현황.ⓒ뉴데일리
    ▲ KB, 신한, 하나금융의 1분기 은행 및 비은행 순이익 현황.ⓒ뉴데일리
    그나마 있는 비은행 이익도 대부분 하나증권(834억원)과 하나캐피탈(656억원)이 차지했다. 하나카드는 202억원 이익을 내는 데 그쳤고, 설상가상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은 각각 20억‧83억원 적자를 냈다.

    KB금융의 경우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이 각각 2538억‧937억원 순이익을 거뒀고, KB국민카드도 82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와 신한라이프가 각각 1667억‧1338억원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EZ손해보험은 9억원 적자였다.

    보험‧카드 실적만 놓고 보면 하나금융은 순익 99억원에 그쳤다. KB금융은 4295억원, 신한금융은 2996억원 순익을 기록해 격차가 극심했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은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나은행이 1분기 9707억원 순익 기록해 신한‧KB국민은행(9315억원)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음에도 지주 실적으론 KB금융(1조 4976억원), 신한금융(1조 3880억원)에 이어 3위(1조 1022억원)로 쳐졌다. 

    이는 바꿔 말하면 비은행 실적만 어느 정도 받쳐줄 경우 국내 1위 금융지주 등극도 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금융이 인수를 검토 중인 KDB생명의 1분기 순이익은 376억원이며, 또 다른 보험사 매물인 동양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의 1분기 순이익은 각각 1565억‧794억원이다. 카드사 매물 롯데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551억원이다.

    네 회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3286억원)과 하나금융 1분기 순이익을 합치면 1조 4308억원으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2위에 오르게 된다. 실적 1위인 KB금융도 가시권 내에 들어온다.

    금융권에선 보험‧증권사 인수가 시급한 우리금융보다 오히려 하나금융이 향후 M&A 시장의 큰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함 회장이 임기 내 성과로 리딩금융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도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가 윤종규 회장 재임 시기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을 차례로 인수해 앞서 나가자 신한도 ING생명을 인수하며 맞불을 놨다"며 "그간 조용했던 하나금융이 공격적인 M&A에 나설 경우 금융지주 실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 측은 이날 KDB생명 인수 보도 관련 해명 공시를 통해 "당사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현재 KDB생명에 대한 비구속적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