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HMM 지분율 6.56%로 3대 주주‘단순 투자’ 고수하다 ‘인수 야욕’ 공식화기업대출 유력…그룹 전체 빚 부담 폭증
  • ▲ 우오현 회장. ⓒSM그룹
    ▲ 우오현 회장. ⓒSM그룹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HMM 인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인수자금 확보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SM그룹은 계열사 현금을 총동원해도 1조가 채 안 돼 3.5조원 가량을 금융권에서 끌어와야 한다. HMM 인수 시 그룹 전체가 빚더미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우 회장의 무모한 욕심이 그룹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의 주력 계열사 13곳의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9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일 종가기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HMM 합산지분 가치인 3조9161억원의 25%에 그치는 수준이다.

    SM그룹사 중 SM상선(5786억원)과 SM하이플러스(1820억원)가 1000억 이상 현금을 보유 중이다. 남선알미늄(535억원), 대한상선(293억원), ㈜우방(274억원), 동아건설산업(202억원), 티케이케미칼(200억원), 경남기업(187억원), 대한해운(178억원), 삼환기업(118억원) 등이다.

    우오현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HMM의 적정가격을 4조원으로 보고 있으며, 최대 4조5000억원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했다. 각 계열사의 보유 현금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정부의 HMM 민영화 작업 착수 이후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SM그룹이 처음이다. 우 회장은 그동안 본인과 아들 우기원 부사장은 물론 SM상선 등 12개 계열사를 동원해 HMM 지분을 늘려왔다. 지분매입에 대해서는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내세워왔는데, 결국 본심을 드러냈다.

    우 회장과 SM그룹은 현재 HMM 지분 6.56%를 보유해 산은(20.69%), 해진공(19.96%) 이어 3대주주에 올라있다. SM상선이 4.02%로 HMM 지분을 가장 많이 확보했고 대한상선(0.48%), SM하이플러스(0.42%), 우 회장(0.34%), ㈜우방·STX건설(각 0.22%), 동아건설산업(0.18%), 우 부사장(0.17%) 등이다.

    지난해까지 SM상선과 우 회장이 HMM 지분 확대에 적극적이었다면 올 들어서는 동아건설산업과 우 부사장이 주식 매입에 열을 올렸다. SM상선은 지난해에만 HMM 지분 확보에 794억원을 썼고, 우 회장도 100억원을 투입했다. 동아건설산업과 우 부사장은 올 4~6월 HMM 지분 확보에 각각 127억원, 110억원을 쏟아 부었다.

    우 회장의 HMM 인수 염원에 그룹사와 가족이 총동원된 모습이다. 산은의 영구채 주식전환 가능성이 제기되자 다급히 인수의향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영구채 중 오는 10월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발동하는 1조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정부합산 지분율은 57.88%에 이르게 된다. 우 회장은 이 경우 인수자금이 8조원 이상으로 뛴다며 입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 회장이 원하는 대로 현재의 정부 지분만 사들인다고 해도 SM그룹은 3조 이상 현금을 더 확보해야 한다. SM그룹은 계열사 간 자금거래를 통해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며 회사채 시장에서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이에 금융권에서 3조 이상 기업대출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차입 부담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우 회장이 보유 해운사 투자에 인색했단 점에서도 HMM 인수의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된다. 실제 SM상선은 코로나19 기간 해운업황 호조에 따라 조단위 현금을 벌어들였지만, 계열사 자금 지원에 동원되며 선대 투자에 소홀했던 탓에 환경규제 대응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 회장은 HMM 인수 후 SM상선과 합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HMM 인수 실패 시 SM상선 등 그룹 해운 계열사를 매각하고 해운업에서 손을 완전히 떼겠다고 했다. HMM 인수를 위해 해운 계열사를 걸고 정부에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여지지만, 한편으로는 SM상선 등 해운사를 이미 버린 자식 취급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SM그룹은 현재 SM상선, 대한해운, 대한해운LNG, 대한상선, 창명해운, SM상선 경인터미널 등 해운계열사를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