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3개월만에 손익분기점 넘어서국제유가 지난 4월 이후 최고치 기록도美 드라이빙 시즌 영향 '단기적 반등' 그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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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제마진 약세로 상반기 혹독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정유업계가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과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다만 수요 회복이 불안정한 상황에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최근 등유와 경유 중심의 강한 반등세가 지속되면서 실시간 12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7월 넷째 주 기준으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8.9달러를 찍었다. 지난 1월 넷째 주 13.5달러를 기록한 후 6개월 만에 8달러대 기록이다. 또 6월 마지막 주 기준 3.8달러를 기록한 이후 4.4달러→5.3달러→6.8달러→8.9달러로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제마진의 상승은 유럽에 닥친 폭염으로 일부 정제설비 가동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유럽은 폭염으로 인한 라인강 수위 하락으로 정제품 운송 차질이 발생하고 바지선 운임 또한 대폭 상승하며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며 "폭염이 단기 내 종료될 수 있는 이슈가 아님을 감안하면 유럽 내 재고 타이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과 수송비, 운영비 등을 뺀 가격으로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이 따라 상승하면서 정제마진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정제마진도 줄어들게 된다. 통상 정제마진이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올라와야 정유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상반기 석유 제품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급락하며 이는 정유사들의 저조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손실 10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에쓰오일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364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동기보다 97.9% 감소한 규모다. 특히 정유 부문은 영업손실 2921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한 가운데 정유 부문은 9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다소 상승 추세로 돌아서면서 상반기 대비 정유사 실적이 회복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국 드라이빙 시즌과 국내 휴가철과도 맞물리면서 수요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유가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흐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8월 첫째 주 기준 85.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영국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도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9달러 이상씩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로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추가 감산을 발표하면서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미국 드라이빙 시즌이 맞물리면서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측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산유국의 감산 효과가 하반기 본격적으로 나타날 예정이다"며 "미국 전략비축유(SPR)의 재매입 계획, 글로벌 여행 수요의 점진적 회복, 이상 기후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 등 향후 유가의 상방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제마진이 단기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량 제한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으로 아직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국 휴가철 성수기가 끝나면 다시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정제마진 상승이 계속되기 위해선 수요도 함께 증가해야 한다"며 "리비아의 석유 수출 차질은 단기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미뤄 봤을 때 석유제품 공급도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사상 최저치이고 드라이빙 시즌 성수기를 맞아 휘발유 수요가 늘고 있어 계절적인 특성에 따라 정제마진이 오르는 상황이다"면서도 "여름 휴가철이 끝난 8월 중하순이 되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