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지 12개동 전제시 조사비용 7200만~8400만원업계와 의견조율 없이 불통조사 가이드조차 無설계·감리 비용부담 제외…건설업계 이중부담
  • ▲ 철근이 놓여 있는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철근이 놓여 있는 공사현장. ⓒ뉴데일리DB
    '3중고(고금리·원자재·인건비)'에 이어 '돈줄(PF)'까지 마른 건설업계가 정부의 이번 LH 무량판 안전비용 전액 시공사 부담 통보에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 특히 본지 취재결과 1개동 검사에만 약7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돼 중소건설사들 경우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관련 업계와 취재에 따르면 정부가 9월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안전진단 샘플조사방식은 아파트 1개동당 약 600만~700만원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정부공인 안전진단전문기관 한국시설안전평가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보통 기둥하나가 아닌 1개동 전체 가격을 책정한다"면서 "기둥 개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겠지만 정부 발표대로 단지 10~15개 기둥샘플 경우 콘크리트 강도, 철근배근, 기둥기울기 등을 종합검사하면 평균 약 600만~700만원 정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3일 아파트 안전점검방안 브리핑을 열고 시공중인 단지 105곳과 2017년이후 준공된 단지 188곳 등 무량판구조가 적용된 293개소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계도면을 보고 안전상 취약할 수 있는 부분 기둥샘플 10~15개를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정밀진단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점검·보수·보강비용을 전부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일차적 잘못이 시공인지 설계인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일단 국민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책임진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며 "안전점검 비용을 우선 시공사가 부담하고 원인이 밝혀지면 추후에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철근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15개 아파트 경우 주거동엔 무량판구조가 적용되지 않아 조사범위가 지하주차장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이번 민간아파트 전수조사는 무량판구조가 주거동까지 번져있기 때문에 점검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입주가 완료된 가구는 점검시 페인트 및 벽지 등을 제거해야 해 관련 비용이 추가될 여지가 다분하다.

    철근누락 LH 아파트중 가구수가 가장 많은 경기 파주 초롱꽃마을3단지(임대, 12개동 1448가구) 주거동에 무량판구조가 적용됐다고 가정하면 점검비용은 약 7200만~84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조사대상 아파트마다 총 12개동이 있다고 전제하면 293개 단지 주거동 기둥 전수조사에 드는 비용은 약 210억~246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조사비용이 예상되자 중소건설사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시공·설계·감리를 막론하고 건설업계 전반 구조적 문제인데 모든 부담을 시공사에 지우는 건 다소 과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그렇게 해서라도 의혹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회사입장에서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당연하다"며 "책임만 지워 놓고 조사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는 제시하지 않아 현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공사든 설계사든 감리든 업계 의견과 현장상황을 먼저 듣고 절차나 시기를 조율한 뒤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며 "대체 어디까지 가겠다는 건지 감도 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단지에서 철근누락이 발견되고 시공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안점점검을 하는 게 맞다"면서도 "문제는 안전이 아닌 무량판이라는 구조자체에만 다들 매몰돼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불만도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설계오류나 부실감리가 원인인 단지도 수두룩한데 설계·감리업체는 제외하고 건설사만 비용을 부담하라니 누가 납득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비용부담 원칙이 금리상승·자잿값 인상에 짓눌린 건설업계를 더욱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고금리·미분양·자잿값 인상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에 안전진단 비용은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설계상 문제가 있는 단지도 상당하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설계·시공·감리 단계별로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이같은 단계별 전수조사는 정부가 건설업계를 옥죈다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동시에 국민 안전은 지킨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가 일부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서정렬 교수는 "무량판구조와 관련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업체가 있을 수 있다"며 "오히려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무결점 시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