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4.28% 마감…2008년 수준까지 치솟아미 연준 긴축 장기화·재정 적자 우려 영향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국내 증시 외인 매도세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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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치솟으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여전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악화되며 증시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시장서 10년물 금리는 4.281%에 마감하며 전날에 이어 15년 만에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장 중엔 4.31%를 넘어섰다. 전날 종가 기준 4.258%로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까지 오른 후 이날도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달 중순 3.7%대에 머물던 금리는 한 달간 약 50bp 올랐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미국이 초저금리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미국채가 연일 급등하는 건 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과 재정적자 우려 영향이다.

    특히 최근 공개된 지난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을 우려한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게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연준 위원은 아직도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한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미국 장기채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세가 앞으로도 꺾이지 않아 향후 10년간 평균 4.7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10년물 국채의 수익률 강세 요인 중 하나로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의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회장은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곧 5.5%에 이를 것"이라며 "미 장기채는 과매수 상태로 더 높은 금리를 주지 않고는 시장이 정부의 발행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뉴욕증시도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까지 다우산업지수는 2.4%, S&P지수는 2.7%, 나스닥 지수는 3.4% 내렸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는 17일까지 종가 기준 5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인 코스피는 이 기간 3.3% 내렸다. 전일에 이어 이날까지 장 중 2500선이 무너진 모습이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2.5% 하락했다.

    최근 지수 하락을 견인하는 건 외국인 투자자다.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코스피에서도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특히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율 급등도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는 요소다. 

    외국인은 나흘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854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 역시 731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홀로 1조5092억원 사들였다.

    시장은 현재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재들을 아직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가 당분간 2500선을 하회하며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부담과 연준의 긴축기조 등 제약적인 증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지난달에 이어 '써머랠리'가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달 주식시장은 모멘텀을 상실한 듯한 분위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