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농산물 인상 속도 빨라 전기·가스 인상 없으면 10월 0.3%P↓"완만한 둔화 흐름 이어갈 것"
  •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를 기록하며 석달 만에 3%대에 재진입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올라 9월에도 상승 곡선을 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 속 농산물 가격이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석유류·농산물 가격 인상 속도 빨라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 기준)으로 1년 새 3.4%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완만한 하락곡선을 그렸다. 올들어 1월 5.2% → 2월 4.8% → 3월 4.2% → 4월 3.7% → 5월 3.3% → 6월 2.7% → 7월2.3%를 기록했다. 

    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반등은 기저효과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8월 경제전망 당시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지만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8월 식료품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7월과 동일한 3.3%를 기록했다. 


    ◆ 한은 "美·EU도 기저효과로 8월 물가↑"

    박창현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최근 소비자물가 움직임은 에너지 가격 기저효과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면서 "작년 8월중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상당폭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 상승률 반등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6월 3.0%에서 7월에는 3.2%로 상승했으며 8월에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진 뒤 4분기 중 3% 내외서 등락할 것으로 봤다. 

    박 팀장은 "농산물가격도 기상여건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추석 수요 등으로 상방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조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박 팀장은 "10월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져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근원물가 오름세가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등으로 개인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도시가스요금 상승률이 작년 10월 큰 폭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상당폭 둔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올 10월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이 없을 경우, 작년 10월 중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만으로 올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p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