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부담에 한산한 하반기 회사채 시장…업종별 '희비'우량채 수요 몰려…부동산 경기 우려 반영 미매각도회사채 대신 CP 발행으로 자금 확보 나선 기업들
-
고금리 부담에 하반기 회사채 발행 시장이 한산해진 가운데 기업별 옥석 가리기는 심화되고 있다. 비우량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단기자금시장에서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며 급한 불을 끄는 모양새다.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AA급 이상 우량등급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모집물량 이상의 유효 수요를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NH투자증권(AA+)과 미래에셋증권(AA)은 무보증 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 금액의 3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총 25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77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일 2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총 750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고 밝혔다.KT&G(AAA), SK(AAA) 등도 성공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마쳤다. KT&G는 지난 5일 3000억원 규모 무보증사채 수요 예측에서 모집액의 6배가 넘는 1조81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SK는 지난 4일 열린 3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420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특히 장기물인 10년물도 500억원 모집에 1300억원을 확보하는 등 기관투자가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반면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등급 비우량 기업들은 외면받고 있다.특히 부동산 시장 부진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제이알글로벌리츠는 1년6개월물을 발행해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했지만 20억원의 주문을 받으면서 목표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지난 7월 다올투자증권도 회사채 시장을 찾았지만 800억원 모집에 500억원어치 주문만 받아 미매각이 발생했다.이랜드월드(BBB), 콘텐트리중앙(BBB), 삼척블루파워(A+) 등도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기록했다.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중 진행된 AA급 이상 회사채 수요 예측에선 모두 모집물량 이상의 유효 수요가 몰릴 정도로 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기관 수요가 높았다"면서도 "A급 이하 회사채는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내제된 종목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줄잇는 CP 발행…단기 자금 조달로 유동성 확보뚜렷한 회사채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비우량 기업들은 CP 시장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CP는 만기 1년 이하의 초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리 상승 영향으로 지난달 일반 회사채 발행은 2조7040억원으로 전달 대비 41.4% 줄어든 가운데서도 CP발행액은 35조1298억원으로 2.5% 증가했다. 지난 15일 기준 일반 CP 발행잔액은 118조6039억원으로, 올해 초 114조4722억원 대비 4조원 이상 늘었다.부동산 경기 침체·자금경색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CP 발행을 택하고 있다.
A건설은 최근 운영자금 조달과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900억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자기자본(7408억원) 대비 25.65% 수준이다. 이로써 이 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 차입한 금액은 2519억원에서 4419억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A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사실상 자체 신용으로는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 회사가 단기 차입을 결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B건설도 CP 발행을 늘리고 있다. 지난 8월 24일 200억원, 8월 11일 200억원, 7월 27일 250억원, 7월 26일 200억원 등 3분기에만 85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이 회사 CP 발행잔액은 2020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건설채 관련 투자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늘었다.
CP 금리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CP(91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bp 상승해 지난 3월22일 수준인 4.02%를 기록했다. CP 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회사의 이자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자금경색이 심해져 건설사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기업이 준워크아웃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당장 9월 위기설은 넘기더라도 연말 기업들 문제가 커질 수 있어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 재무건전성 악화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