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銀, 명령휴가 한번도 없어BNK지주, 15년간 PF 점검 한번도 안해대출서류 위조해 돌려막고 빼돌리고15년간 PF전문가 행세… 셀프 실적 관리은행장 넘어 지주까지 징계 불가피
  • ▲ BNK경남은행ⓒ연합뉴스
    ▲ BNK경남은행ⓒ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BNK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액이 2988억원이라고 20일 밝혔다. 지난달 초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할때만 해도 사고액은 562억원으로 알려졌었는데 한달만에 5배 이상 커진 것이다.

    사고 규모가 커진 것은 사고자 A씨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돌려막기로 자금을 막았기 때문이다. 횡령한 돈으로 다른 PF사업장 대출을 상환하고 또다른 사업장에서 대출을 내는 식이다.

    A씨는 시행사가 PF대출을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자금인출요청서 등을 위조해 허위 대출을 실행하기도 했다. 대출금은 A씨가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명의의 계좌나 A씨의 가족이 관련된 법인 계좌로 송금했다.

    이렇게 대출을 횡령한 횟수가 13회, 횡령액은 1023억원에 달한다. 또 원리금 상환 자금을 가로챈 것은 64회, 횡령액은 1965억원으로 나타났다. 횡령에 이용된 사업장 수만 17곳에 이른다.

    A씨가 무려 15년간 투자금융부에서 부동산PF를 담당한 점도 사고 규모를 키운 요인이다. A씨는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5년간 PF대출 업무를 도맡아 했다. 이 과정에서 문서를 위조한 것은 물론 고등학교 동창인 B씨를 범행해 가담시켜 PF 시행사 직원을 사칭하게 하기도 했다. 부장 직급으로 범행 전과정을 기획한 것이다.

    경남은행과 지주회사인 BNK금융의 늦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남은행은 횡령사실을 지난 4월 초 인지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7월말에서야 자체 검사에 착수했다.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A씨는 자체 감사 직전까지 버젓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A씨는 금감원 검사가 시작되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가 검찰에 결국 검거됐다. A씨가 머문 강남 오피스텔을 비롯한 은신처 3곳에서는 현금 42억원을 비롯해 골드바, 외화, 상품권 등 도합 146억원 상당의 도피자금이 발견됐다. A씨는 횡령한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골프·피트니스 회원권을 구매하는 등 자금세탁을 시도한 정황이 밝혀졌다.

    범행이 알려지기 전까지 A씨는 내부적으로 부동산PF 전문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한 부서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셀프로 실적을 관리한 효과다. 그만큼 은행에서는 A씨의 근무 현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PF 사업은 사업장과 시행사 등 인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인사교류가 흔치 않아 사고 위험이 높은 부서"라고 했다.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BNK금융지주는 자회사인 경남은행의 위험 관리 및 업무실태 점검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관련 테마 점검을 실시하면서도 고위험 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한 사례가 지난 15년 동안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은행의 경우 A씨가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대출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장기 근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명령 휴가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자체 감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실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감사해 장기간 횡령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점도 사고 규모를 키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관리 프로세스, 리스크 관리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특정인에 의존되는 구조가 장기간 이어졌을 때 여기서 횡령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은 대단히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횡령 자금의 사용처를 추가 확인하고 A씨는 물론 관련된 임직원 등의 위법 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또 현장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당국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등 실체 규명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확립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철저한 이행을 지도하는 한편, 이번 검사결과를 기초로 금융사고 예방을위한 내부통제시스템 실효성을 지속적으로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의 규모를 감안할 때 당국이 경남은행장은 물론 BNK금융지주로까지 징계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 ▲ BNK경남은행에서 벌어진 횡령사고 구조ⓒ금융감독원
    ▲ BNK경남은행에서 벌어진 횡령사고 구조ⓒ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