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JKL파트너스, 팬오션 선박매각 등 자산 유동화동원, 대주주 지분 매매·동원F&B 강남사옥 매각 고려보유 현금 우위 LX인터, 유증으로 부족분 마련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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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숏리스트(본입찰적격후보)에 선정된 LX, 동원, 하림그룹의 조단위 인수자금 확보 방안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실제 계획대로 실탄을 마련할지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21일 업계에 따르면 LX, 동원, 하림은 보유 현금을 비롯해 재무적투자자(FI) 확보, 자산 및 지분 유동화 등 방법을 총동원해 HMM 인수자금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부차입은 금융부담을 키워 부메랑이 될 수 있는 만큼 자체 자금조달 계획의 성공 여부에 따라 HMM 인수후보자의 경쟁력이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HMM 매각 대상은 10월 영구채 전환분을 포함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3억9879만156주로, 잠재발행주식총수 기준 지분율로는 38.9%다. 현재 시가총액(8조5000억원)을 고려한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매각가는 5조원 규모로 점쳐진다.숏리스트에 포함된 세 인수후보 가운데 현금자산만으로 HMM 인수가 가능한 곳은 없다. LX인터내셔널의 6월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1조2714억원이다. 하림그룹의 인수 주체로 지목되는 팬오션은 7381억원, 동원산업은 6318억원의 현금자산을 각각 보유 중이다.이들 인수후보의 현금 여력이 1조 안팎에 불과한 점에 비춰 상당수 자금의 외부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FI와 손잡은 하림의 경우에도 JKL파트너스와 인수자금을 절반씩 부담하기 위해선 자체적으로 2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하림그룹은 팬오션의 보유 현금에 더해 연말까지 벌어들일 영업현금흐름으로 1조원을 마련하고, 선박매각 등 자산 유동화로 1조원 가량의 현금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상반기 572억원을 선박매각 예정자산으로 분류한 팬오션은 파나막스급(Panamax) 벌크선 포함 3~4척의 선박을 추가로 매각, HMM 인수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동원그룹은 당초 협력이 예상됐던 ‘형제회사’ 한국투자증권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HMM 인수자금을 마련키로 했다. 동원F&B가 소유한 부동산 매각과 대주주 지분 매각을 활용한 자산 및 지분 유동화, 자회사 상장(IPO) 등이 자금 마련 방안으로 지목되고 있다.동원산업의 올해 6월 말 기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90.3%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경영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일부 지분을 활용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1조 가량 자금을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동원그룹은 아울러 동원F&B가 소유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의 동원F&B 빌딩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동원이 2017년 1073억원에 매입한 이 빌딩의 현재 가치는 6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거래 성사 시 동원은 현금자산을 포함해 1조원의 현금을 넉넉히 마련하게 된다.LX그룹은 인수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 외 LX세미콘, LX판토스, LX하우시스 등 계열사를 동원하면 2조원 이상 마련할 수 있다. LX그룹은 출범 3년 차에 재계 순위 44위까지 올랐는데, HMM 인수 시 단숨에 15위권에 오르게 돼 LX로선 매우 매력적인 매물이 아닐 수 없다.LX그룹이 LG그룹의 도움을 받거나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LX인터내셔널은 발행 주식수를 기존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두 배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추가로 확보 가능한 자본금은 최대 2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한편 인수후보자들은 HMM이 제공하는 가상데이터룸(VDR) 방식을 통해 회사 재무상태와 사업 내용 등을 전달받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는 추석 연휴 등을 감안해 내달 말 종료가 예상된다. 산은과 매각주간사는 이후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