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룽국제신탁, 펀드환매중단 사태로 부실 불안감 커져"중국정부 구제전략 요원"… 위기감 확산中 11개 주요 은행 부실채권 48조8000억BI "은행 자산건전성 위협요인, 부동산대출·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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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부동산 위기와 은행부실 문제가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방심하고 있다가 한순간에 돌진해오는 거대 위험 요인)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돼 전 세계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각)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중국 내 '그림자금융'의 위험성에 대해 새로운 경고음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중즈(中植) 금융그룹의 계열사인 자산운용사 중룽(中融)국제신탁이다. 중룽신탁은 작년 말 기준 총운용자산액이 1080억달러(145조원)에 달하는 중국 10대 자산운용사다.

    그러나 중룽국제신탁은 여러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다수 투자상품에서 일정에 따른 지급이 이행되지 못했다고 지난주 성명을 냈다. 향후 환매 계획에 대해선 추가 언급이 없었다.

    중룽신탁이 향후 환매 일정을 밝히지 않으면서 중국의 그림자금융에 대한 새로운 공포를 촉발하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중국 내 투자업계는 오랜 기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조달원 역할을 했다. 은행에서 직접 돈을 빌리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출을 제공하지만 금융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오랜 기간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된 바 있다. 

    중룽신탁 역시 중국의 부유층이나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상품을 판매해 확보한 자금을 부동산 개발업체 등에 빌려주는 그림자금융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이후 그림자금융 축소 정책을 펼쳤다. 또한 2020년부터 부동산 개발업체를 상대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왔다. 중국의 부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정책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2021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유동성 위기와 최근 비구이위안 위기 모두 중국 정부의 이런 부채 축소 정책 기조에 따라 초래된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로디움 그룹의 로건 라이트 중국시장 연구 책임자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서 정부가 채무 불이행을 구제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부채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정책 기조를 바꿨다"며 "정부가 구제해주는 전략은 이제 종료가 임박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중국 은행권 부실대출 뇌관

    이러한 그림자금융의 위험요인이 중국 은행권의 부실 대출 증가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공상은행·건설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을 비롯해 중국 11개 주요 은행의 부동산 부실채권이 48조8000억에 달했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늘어난 이들 은행의 신규 악성대출 가운데 77%는 부동산 관련 NPL이고 23%는 악성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였으며 부동산 관련 NPL 비중이 향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게 BI 연구진의 설명이다.

    공시 자료 등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내준 대출 가운데 NPL 비율(가중평균)은 2021년 3.1%에서 지난 6월 4.7%로 늘어났으며, 금액 기준 2670억위안(약 48조8000억원)이었다.

    은행별로는 농업은행이 520억위안(약 9조5000억원·NPL 비율 5.8%), 공상은행이 510억위안(약 9조3000억원·6.7%), 중국은행이 430억위안(약 7조8000억원·5.1%), 건설은행이 400억 위안(약 7조3000억원·4.8%) 등이었다.

    내년 말까지 부동산 NPL 비율이 6월의 3배쯤인 14.8%로 증가하는 경우를 상정한 부정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내년 말 이들 은행의 부동산 NPL 규모가 9050억위안(약 165조4000억원)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추산이다.

    연구진은 이들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동산 대출과 모기지를 꼽으면서 "담보 가치 하락 등을 고려할 때 11개 은행이 내년 말까지 6380억위안(약 116조6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정책 금융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했지만, 이런 조치로는 부동산 위기 심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