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때 효과 봤지만 시범사업 전환 후 하락세산업계 VS 의약계 갈등… 약사 출신 전혜숙 의원, '오남용' 집중 추궁오는 12일 국감장에 증인·참고인 6명 출석 '격돌' 예상
-
답보상태인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가닥이 잡힐지 주목된다. 산업계는 시대에 역행하는 '과잉규제'를 지적하지만 의약계는 '불법행위' 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비대면진료 관련 증인과 참고인 총 6명이 출석한다.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후 법제화 물꼬가 트일 것으로 관측된다.결전의 날은 오는 12일이다. 이날 국감장에 고승윤 비브로스(똑닥) 대표와 김성현 올라케어(블루앤트) 대표는 증인으로 신청됐고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참고인으로 명단에 올랐다.그간 비대면진료 관련 산업계와 의약계 각자의 입장은 계속 나왔지만, 한 자리에서 여야의원들의 질의를 받아 답변하는 경우는 없었기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의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지난 6월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규제 요인이 많아졌다.초진환자는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기존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재진환자 중심으로 사업이 설계되면서 도산하는 플랫폼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현행 시범사업은 산업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업계의 비판이다.장지호 닥터나우 대표(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는 일련의 토론회 등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와 변화를 거부하는 이익단체의 압력이 스타트업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며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가 사실상 '제로'가 됐다"고 우려한 바 있다.그는 "대면진료가 어려운 국민에게 비대면진료가 제공되는 것인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현장 실정에 부합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원격의료산업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시범사업 전환 전인 지난 5월에는 하루 평균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5000건이었지만 6월 4100건, 7월 3600건, 8월 3500건으로 줄었다. 진료 취소율은 60%대다.비대면진료 불편 사례를 보면 거리·시간적 문제로 병원 방문 곤란을 경험한 사례가 25.7%로 가장 많았고 약 배송 제한으로 인한 불편 사례가 21.3%를 차지했다.이 같은 주장은 국감장에서도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는 규제 요인이 강조된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국민 편익을 보장하는 형태로 전폭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할 방침이다.
-
◆ 전혜숙 의원, 비대면진료 저격수로… 의약계도 시범사업 문제점 거론할 듯이번 복지위 국감에서 야당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측된다. 비대면진료 저격수로 약사 출신인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떠올랐다.그는 재진 중심의 시범사업 자체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약류 오남용 등 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취약한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해 플랫폼 업계를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처방된 마약류(비급여 제외) 중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가 적용된 건은 마약 8건, 향정신성의약품 834건 등 모두 842건이었다.이러한 의약품은 불법 투약 등 범죄 악용 가능성도 있어 신중하게 쓰여야 하는데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처방됐다는 지적이다.또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약 등 특정의약품 처방이 빈번해 지침 위반이 적발된 사례도 늘고 있다.전 의원은 "의료기관이 지침을 지킨다고 해도 현행 체계에서는 본인 확인이 어려워 환자가 의약품 오남용을 목적으로 대리처방을 하면 걸러내기 어렵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의약계 대표들 역시 비대면진료의 맹점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대부분의 의협 회원은 국민 건강과 의료 체계를 위협하는 초진 비대면 진료는 절대 불가하며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 역시 "고위험 비급여 약에 대한 관리는 안전관리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안전관리는 사고가 난 후에 수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예방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