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756조 3310억… 1년새 61조 증가은행권 가계→기업대출 전략 선회중소기업 비중 82%… 한계차주 양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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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업대출 규모가 가계대출을 훌쩍 넘어서며 새로운 경제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연체율이 상승 추세에 있지만, 금융당국 압박에 가계대출 영업이 여의치 않은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대출 규모가 1년 사이 60조원 넘게 급증했다.특히 기업대출 잔액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라는 점에서 '한계차주'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기침체기 부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56조 3310억원으로 전년 동월(694조 8990억원)보다 61조 4320억원 증가했다.이는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95조 830억원에서 682조 3294억원으로 12조 7536억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작년 9월만 해도 '50대 50'이었던 기업‧가계대출 비중이 1년 만에 '52대 48'로 역전됐다.당국은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까지 오르는 등 심각성이 부각되자 은행권을 대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정부 차원에서 장려해 은행들이 적극 판매에 나섰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단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이에 따라 은행들은 당국 눈치가 덜한 기업대출로 영업 전략을 선회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9개월 연속 증가 중이며 속도 또한 가팔라지고 있다. 8월과 9월 증가액은 전월 대비 각각 8조 5974억‧8조 8416억원으로 나타나 6월(5조 3242억원)과 7월(6조 5790억원)의 증가액보다 2조~3조원가량 늘었다.이렇듯 기업대출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건전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7월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년 동기 대비 0.17%포인트나 올랐다.대기업 연체율은 0.12%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기업대출 규모의 82.4%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0.49%에 달하면서 전체 연체율 상승을 주도했다. 고금리에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난 셈이다.문제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악재가 당분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가 '뉴 노멀'로 자리 잡을 태세고, 대출 부담에 물가 상승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최근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가능성으로 인해 국제유가마저 4%대 급등세를 보였다.이런 와중에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갚기 힘든 '한계기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계기업은 3903곳으로 분석대상 외감기업(2만 5135개)의 15.5%를 차지해 직전년도 비중(14.9%)을 넘어섰다.한계기업에 대한 대출규모도 증가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5대 은행 및 3대 국책은행(산업‧기업‧수출입)이 한계기업에 대출한 금액은 54조 5000억원으로 2019년 말(34조 2000억원) 대비 20조원 늘었다.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렸고, 은행들도 가계대출 영업이 여의치 않자 기업대출을 대폭 늘렸다"며 "은행들 입장에선 당장 이익을 내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길어질 경우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