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밀도 10% 향상 6세대 제품 공급'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 이어 '배터리' 협력 확대삼성-현대차, 라이벌 구도서 '전략적 협력' 분위기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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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현대차에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반도체, 자동차 부품 협력에 이어 배터리 공급으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동맹이 확고해지는 모습이다.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23일 밝혔다.삼성SDI와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SDI는 현대자동차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삼성SDI는 현대자동차에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공급할 전망이다. P6는 NCA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1%로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기존 5세대 각형 배터리(P5) 대비 에너지밀도를 10% 이상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P6는 제조 공법 개선을 통해 10분 만에 80% 이상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 기술을 탑재하고 2024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P6는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자동차의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현대차는 파우치형 배터리에 이어 각형배터리까지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양사는 향후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협력관계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이번 배터리 공급으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전장 사업 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전장 사업에서 새로운 고객사도 확보하게 됐으며 현대차그룹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앞서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오는 2025년 공급을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현대차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엑시노스 오토 V920'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IVI용 프로세서로 이전 세대 대비 대폭 향상된 성능으로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는 물론 고화질의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과 같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지원해 최적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한다.삼성디스플레이는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시리즈에 디지털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데 이어 최근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차세대 모델에도 OLED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전해진다.삼성전기는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되며 SVM(서라운드뷰모니터)용 카메라와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 등 2종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SVM용과 후방 모니터링 카메라는 차량 주변 상황을 영상으로 표시하는 주차 지원 시스템에 적용되는 카메라다.삼성과 현대차의 동맹체제가 이뤄진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과거 라이벌 구도에서 전략적 협력으로 분위기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지난 1990년대 후반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현대차와 갈등 관계에 놓였다. 실제로 독일계 차량부품업체 하만으로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카오디오를 공급 받았던 현대차는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협력사를 LG전자, 보스 등으로 교체하면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그러나 지난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분위기 전환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삼성SDI 공장과 연구술를 각각 방문하며 이재용 회장과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현대자동차와의 전략적 협력의 첫 발을 내디뎠다"며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로 장기적인 협력 확대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