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밀리의서재 등 하반기 상장 기업 다수 공모가 밑돌아서울보증보험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철회…투심 꺾였단 평가오아시스‧원스토어‧LG CNS 등 대어 사실상 올해 상장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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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에 침체에 빠지면서 이른바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당분간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시장은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올해 남은 대형 IPO에 주목했으나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결국 상장철회를 결정했고,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2차전지주 하락 등의 영향으로 흥행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다수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7월부터 공모 청약을 진행한 기업 중 코넥스, 스팩 상장을 제외한 26곳 중 11곳의 주가는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지난 7월 26일 상장한 XR(확장현실) 기술 기업 버넥트다. 지난 20일 종가는 7980원으로 공모가 1만6000원 대비 50.1% 하락했다.

    올해 IPO 기업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인 2512.15대 1을 기록한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전문기업 에이엘티도 공모가 2만5000원에 상장됐지만, 이날 오전 공모가 대비 28.6% 하락한 1만78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올해 첫 코스피 상장주였던 넥스틸도 공모가(1만1500원)보다 약 23% 하락한 8820원에 거래 중이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밀리의서재도 상장 13거래일 만에 공모가(2만3000원) 대비 17% 내린 1만9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어급 기업의 IPO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서울보증보험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결국 상장철회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당초 공모가 희망 범위를 3만9500~5만1800원으로 책정했으나, 대다수 참여 기관이 희망 공모가의 하단 밑으로 주문을 넣었다는 후문이다. 회사는 약 8%의 높은 배당 수익률을 앞세워 IPO 흥행을 기대했으나, 수요예측 부진으로 결국 IPO 일정을 철회했다.

    업계에선 올해 마지막 대어급 IPO 후보로 꼽히는 에코프로의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다음 달 코스피 시장 신규 상장이 예정됐으나, 상장 및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회사는 특히 최근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주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고평가 논란을 받는다.

    이에 회사는 최근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낮췄다. 이로써 기업가치는 3조7821억원에서 3조3690억원으로, 적정 시가총액은 3조9573억원에서 3조5443억원으로 줄었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나타내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덩달아 IPO 시장도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국내 증시는 지난달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들어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조짐마저 보이며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이에 당초 올해 상장을 예정했던 기업들도 잇달아 IPO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실제 오아시스, 원스토어, LG CNS, 케이뱅크, 컬리, SSG닷컴 등 올해 IPO 대어로 꼽혔던 기업들은 상장 일정을 미뤘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서울보증보험이 상장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연말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의 잇따른 철회가 이어질 수 있다"라며 "통상 하반기는 IPO 성수기지만, 최근 상황을 봤을 때 확실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마지막 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마저도 최종 상장 및 흥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어급 기업들이 IPO에 실패할 경우 IPO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