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인터내셔널, 거래정지 이후 돌연 '잠적''전주(錢主)' 케이엔제이인베스트도 '페이퍼컴퍼니' 의심오름에프앤비 등 인수 회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인수 관련 업체들 모두 유령회사일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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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린다. 돈과 자본을 매개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사회 근간을 떠받치고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런 자본시장에는 늘 명과 암이 존재한다. 일확천금을 쫓으며 선량한 투자자들의 급소를 노리는 특정 자본 세력들은 음지에 숨어 온갖 불법을 일삼으면서 시장경제를 교란하고 무너뜨린다. 우리는 이들을 '작전세력'이라고 부른다. 주식 투자자 1500만 시대를 맞은 가운데 공정한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뉴데일리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특정 세력들의 실체를 추적하고 자본시장의 명암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셀피글로벌을 무자본 인수한 업체들과 이들에게 인수자금을 댄 대부업체가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전문가들은 무자본 M&A 세력들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 이른바 한탕(?)을 한 뒤 법망을 피해 잠적하는 사례가 많은 점에 비춰볼 때 셀피글로벌 인수 세력들도 같은 맥락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2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8월 창업주로부터 셀피글로벌을 인수한 오름에프앤비는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후 업계에서 돌연 사라졌다. 오름에프앤비는 '오름곰탕'이란 외식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던 곳이었지만 셀피글로벌을 화장품 무역업체인 로켓인터내셔널에 넘기고 종적을 감춘 것이다.실제 본보는 오름에프앤비의 본사 소재지로 등록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건물을 찾았지만 해당 주소지에는 '오름곰탕'을 운영한 흔적만 남아있을 뿐 지금은 영업을 중단한 채 가게를 내놓은 상태였다. 해당 건물 관계자는 "(오름에프앤비가)여기 장사하면서 다른 두 곳에 가게를 더 차렸었는데 지난 6월 문을 닫고 떠났다"고 말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름에프앤비는 지난 2021년 기준 자본금 5억 원에 자본 총계 3억9300만 원, 부채 2억9400만 원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상으로 자본총계가 회사 설립 당시 납입한 자본금보다 낮아질 경우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본다.앞서 오름에프앤비는 셀피글로벌 인수 당시 자기자본이 8억5600만원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183억여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대부분을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차입했다. 오름에프앤비는 셀피글로벌 인수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케이엔제이인베스트에 갚아야 할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셀피글로벌을 로켓인터내셔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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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상태로 상장사 인수한 로켓인터내셔널도 '잠적'오름에프앤비는 그나마 작게 나마 외식사업을 영위했던 전력이 있지만 오름에프앤비로부터 셀피글로벌을 인수한 로켓인터내셔널은 마땅한 매출도 없는 소규모 업체로 셀피글로벌 거래정지 이후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로켓인터내셔널은 지난 2021년 기준 자본금 5억 원에 자본총계 3억4200만 원 부채 19억2900만 원으로 오름에프앤비와 마찬가지로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셀피글로벌을 오름에프앤비로부터 인수할 당시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이다.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도 없는 자본잠식 회사가 시가총액 수백억원대 규모의 상장사를 120억 원이 넘는 빚까지 떠안고 인수했다는 점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본보는 인수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로켓인터내셔널의 본사 소재지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B빌딩을 찾았으나 오름에프앤비와 마찬가지로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빌딩 관계자는 "로켓인터내셔널이 없어진지 오래됐다"며 "정확하지는 않지만 1년 전쯤 나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호수(로켓인터내셔널 주소지)는 현재 공실 상태로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셀피글로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오름에프앤비와 로켓인터내셔널 모두 껍데기 회사"라며 "대부업체가 인수자금을 대주고 껍데기 회사들이 무자본으로 상장사를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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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錢主)는 공유오피스에 입주…'페이퍼컴퍼니' 의심오름에프앤비에 셀피글로벌 인수자금을 빌려 준 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공유오피스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공유오피스는 한 사무실을 여러 공간으로 나눠 빌려주는 곳이다. 주로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 혹은 페이퍼컴퍼니 등이 주소지를 공유오피스에 두는 경우가 많다.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이곳의 사무실 1곳을 임대해 주소지를 등록했지만 실제 사무실을 사용한 흔적은 없었고 문패에는 다른 회사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해당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케이엔제이인베스트가 사무실을 빌렸고 임대료를 내고 있다"면서 "다만 사무실 실사용 여부나 임대인에 대한 정보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인을 등록하려면 사업장 주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업체나 페이퍼컴퍼니 등이 임시적으로 공유오피스에 주소지를 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백억원대의 투자금을 운용하는 업체가 사무실도 없다는 것은 페이퍼컴퍼니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본점 소재지를 등록한 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지난 2021년 9월 금융감독원에 대부업체로 등록했다. 이 회사는 2022년 8월 오름에프앤비에 인수자금 120억 원을 월 이자 0.83%(연이자 약 10%)에 빌려줬다.본보는 오름에프앤비와 로켓인터내셔널, 케이엔제이인베스트 등 셀피글로벌 인수 관련 업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주소지로 방문하는 등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