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발표'더 내는' 방향성만 언급… '늦게 받는' 시점도 불투명젊은층 배려 '인상속도 차등' 추진… 4050세대 반발 예상국고 지원보다 '크레딧 제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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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동력이 상실됐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려도 2063년엔 기금이 소진되는데 이를 방어할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정부가 연금고갈을 막기 위한 24개의 시나리오 중 유력한 안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더 내는' 방향성만 언급한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맹탕 개혁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27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거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확정하며 "특정안 제시보단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연금개혁의 핵심 지표인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각각 재정 안정화와 보장성 측면에서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어 이날 정부안이 중요했던 것인데 알맹이는 없었다.이번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받은 뒤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개혁 방안을 논의하게 되는데 수치가 없는 안을 두고 개혁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험료율 올리는 방향성만… 세대별 '인상속도 차등' 제안앞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복지부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 최종보고서에는 보험료율 인상·수급 개시연령 상향·기금 수익률 상향·소득대체율 상향 등을 조합한 24개 시나리오가 담겼다.이 중 ▲보험료율 15%·수급개시연령 68세·기금 수익률 1%포인트(p) 상향 ▲보험료율 18%·수급개시연령 68세 ▲보험료율 18%·기금 수익률을 1%p 상향 등 3개의 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됐다.그러나 정부는 단일안은 커녕 복수의 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복지부는 "정부안으로 수치를 먼저 내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국민과 논의를 거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즉, 보험료가 얼마나 높일지 구체적 목표 대신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하다는 방향만 설정한 것이다.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소득대체율은 42.5%로 OECD 평균인 42.2%와 유사하지만 보험료율은 절반 수준인 9%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이어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을 추진하며 급격한 인구변화를 감안해 적정 보험료율을 검토할 것"이라고 명시했다.수급개시 연령에 대해서는 "은퇴 후 소득공백 확대를 감안해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이 성숙된 이후 논의를 시작한다"고 선을 그었다.의무가입 연령(59세)과 관련해서도 "고령자 계속 고용 여건이 성숙된 이후 수급개시 연령과 순차적으로 일치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주목할 부분은 복지부가 제시한 새로운 방식으로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한 보험료 '차등 적용'이다.4050세대의 경우 보험료율 인상폭을 단기간 내 목표치에 맞춰 높이는 대신 2030세대는 인상폭을 서서히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젊은층보다 더 높은 보험료율이 적용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그룹 인터뷰를 통해 젊은 분들이 본인들은 많이 내도 똑같이 받고 기성세대는 조금만 내고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며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차등하는 게 세대 간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산·군복무 '크레딧 제도'… 확정기여방식(DC) 전환종합운영계획은 국고를 지원해 재정 안정화와 소득대체율 상향 등에 활용하자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담았다.대신 보상책 강화 일환으로 출산·군복무 등에 크레딧 제도(특정그룹에 국민연금 가입기간 추가 인정 제도)를 확대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둘째아부터 12개월, 셋째아부터 18개월씩 가입기간이 지원됐던 현행 출산 크레딧을 첫째아부터 12개월씩 지원하는 방안으로 확대한다.
군 복무 기간 6개월만 인정하는 현행 군복무 크레딧도 전체로 인정 기간을 확대한다. 군 복무가 종료된 직후 인정하기로 했다.이번 종합운영계획에서 기금 수익률을 현행보다 1%포인트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재정 안정과 미래세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또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여건에 따라 연금액을 깎는 '자동안정화 장치'의 도입과 '확정기여방식(DC)'으로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현재 국민연금은 급여 수준을 미리 확정하고 정해진 급여를 지급하는 '확정급여방식(DB)'인데 이를 보험료 수준을 미리 정해 놓고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급여로 받는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을 논의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