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갈아타기 독려면제 대상·기간 쟁점은행권 부담 가중… 비이자수익 확대 제동
  • ▲ KB·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뉴데일리DB
    ▲ KB·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뉴데일리DB
    정부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전방위로 몰아치는 가운데 중도상환수수료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대출이자를 깎아주거나 상환을 미뤄주는 일시적인 방안이 아닌 은행 영업행태에 영향을 주는 조치인 만큼 시중은행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의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지난 8일 유관기관과 첫 회의 이후 수수료 면제에 따른 소요 비용, 면제 기간, 대상 등을 놓고 금융권과 협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가 가계대출 감소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출원금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부 상환이 가능해져 가계대출 총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보다 낮은 금리로 갈아탐으로써 대출 건전성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약정 만기 전 상환할 경우 은행이 부담한 취급비용을 보전하는 비용이다. 통상 1.5%를 적용하는데 주택담보대출은 3년, 신용대출은 1년 기준 9개월까지 발생한다. 예컨대 주담대 1억원을 1년 뒤 상환한다면 10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내 16개 은행이 거둔 중도상환수수료는 9800억원에 달한다. 이자수익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별다른 영업에 따른 수익이 아니어서 은행 입장에선 포기하기 어려운 돈이다.
  • ▲ 카카오뱅크 상품설명ⓒ뉴데일리DB
    ▲ 카카오뱅크 상품설명ⓒ뉴데일리DB
    5대 시중은행은 앞서 저신용자·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상생금융의 일환이다. 관건은 면제 대상을 어디까지 늘리느냐다. 금융당국은 가급적 혜택 범위를 넓히고 싶어하고 시중은행은 취약차주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취약차주는 소득 하위 30%이면서 신용점수도 664점 이하여야 하며 3개 이상 금융사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를 뜻한다. 대출 원리금을 갚기도 빠듯한 차주라는 점에서 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빠른 상환이 은행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중·저신용자, 청년, 어르신 등으로 확대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선 한시적으로 전체 차주에 대한 수수료 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는 내년 초 출시하는 주담대·전세대출 대환대출 인프라 성공 여부와도 결부돼 있다. 차주들이 금리가 낮은 상품을 찾더라도 수수료 부담에 갈아타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주담대나 전세대출의 경우 대출규모가 커 신용대출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큰 편이다. 올해 신용대출 대환대출 인프라를 성공시켜 체면을 세운 금융당국 입장에선 물러서기 어려운 사안인 셈이다.

    은행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취약차주 면제에는 공감대를 이루지만, 정상차주와 주담대 상품까지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당장 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갈아타기로 부실이 생길 수도 있어서다. 비이자수익 확대라는 당국 정책기조와 상충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취약차주라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데 이의가 없겠지만, 정상차주까지 포함하는 건 말도 안된다"며 "대출약정 기한이 무의미해지면 은행 자금운용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당장은 한시적 면제를 내세우지만, 언제든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카카오뱅크 등 일부 인터넷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영업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와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은행 자율로 정하는 것"이라면서도 "대환대출 플래폼이 은행의 금리 경쟁을 유도한 것처럼 주담대 대환대출이 출시되면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