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인수 희망가서 소폭 앞서…결과 바뀔 가능성↑‘자기자본 비율’ 중심 자금계획 면에선 동원 ‘우세’산은, 종합 평가 거쳐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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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인수전이 동원과 하림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새 주인이 누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원과 하림이 인수 희망가격으로 6조원대의 비슷한 액수를 제시함에 따라 가격 외 정성평가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진행된 HMM 매각 본입찰에는 LX를 제외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참여하며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동원과 하림이 적어낸 인수 희망가는 6조3000억~6조4000억원 사이로, 수백억원 차이에 그친다고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주식 3억9879만156주로 지분율로는 57.9%다. 24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으로 볼 때 매각 대상 지분가치는 6조2491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가는 최대 8조원으로 추정됐다.

    산은이 최종 유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는 평가다. 산은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미리 정하는 ‘매각 예정가격’을 6조원대 초반으로 정했다. 최근 30일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한 가격 기준 매각 예정가는 6조1000억원 수준이다.

    HMM 매각가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거의 붙지 않은 6조원대 초반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동원과 하림이 6조3000억~6조4000억원의 인수 희망가를 써내며 유효 경쟁이 성립됐다. 산은은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으로, 이르면 이달 안에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최우선 조건인 가격 면에선 하림이 동원보다 조금 더 높은 액수를 써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 희망가격 차이가 수백억으로 크지 않고, 정성평가가 포함되므로 결과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은 가격 외에도 자금조달과 경영계획, 해운업 발전 방안 등을 종합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할 방침이다. 정성평가 항목 중에서도 특히 자기자본 비율 등 자금조달 구조를 주요 평가요소로 보고 있다. 무리한 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 등 ‘승자의 저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동원과 하림 모두 보유 현금성 자산만으로 HMM을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HMM 인수 후 재무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금계획이 필요한데, 연 8% 수준의 인수금융 금리를 고려하면 외부차입을 최소화한 자금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자금조달 구조에선 동원이 하림보다 산은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동원은 하림과 달리 이번 인수전에서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지 않았다. 인수금융은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최소화하는 대신 자회사의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 보유 부동산 유동화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자기자본 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계획을 세웠다.

    하림은 3조원대의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등 비교적 공격적인 자금계획을 마련했다. 현금성 자산 7000억원을 인수자금으로 투입하고, 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7500억원을 지원한다. 약 1조원은 팬오션의 선박 자산 유동화와 계열사 사채 발행으로 마련하기로 했고, 우호세력인 호반의 도움도 받기로 했다. 부족한 자금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인수 시너지 효과 측면에선 우위를 가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동원은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 2017년 인수한 동원로엑스(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동원로엑스는 화물운송, 항만하역, 보관, 국제물류 등 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HMM 인수를 통해 육상물류와 항만, 해상운송을 연결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하림은 HMM 인수로 컨테이너와 벌크를 아우르는 국적선사로서 도약할 수 있다. 하림의 주력 계열사인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해운사로, 컨테이너선 중심의 HMM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 공유로 영업력 강화 및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