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누적 10만4652대, 최고수준 상품성·거주성 갖춰SUV 중심 변화 속 의의, 프로모션·빠른출고 영향중고가격 방어, 리스·렌트 시장 수요도 한몫
  • ▲ 현대차 7세대 그랜저가 전시돼있는 모습 ⓒ뉴데일리
    ▲ 현대차 7세대 그랜저가 전시돼있는 모습 ⓒ뉴데일리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올해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SUV 중심 판매 기조 속에서 세단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판매 1위 차종은 10만4652대를 기록한 현대차 ‘그랜저’로 나타났다. 

    12월 한 달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2위 현대차 포터(9만1622대)와 차이가 1만대 넘게 나면서 그랜저의 1위가 사실상 확정적이다.

    그랜저가 베스트셀링카로 복귀하는 건 3년 만이다. 2021년과 2022년은 포터가 각각 9만2218대, 9만2411대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포터의 1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랜저는 앞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내수 승용차 판매 1위를 기록해온 바 있다. 2021년 8만9084대, 2022년 6만7030대를 기록했는데 반도체 수급난과 완전변경을 거치며 판매량이 주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승용차 중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기아 쏘렌토에 내주기도 했다.

    2022년 11월 신형 그랜저를 출시한 이후 올해로 넘어오면서 판매량이 만개한 모습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연간 10만대 돌파를 베스트셀링카의 정점으로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마지막 10만대를 돌파한 모델도 2020년 14만5463대를 기록한 그랜저다.

    그랜저의 10만대 돌파는 자동차 시장이 SUV 중심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로 의미를 더한다. 승용차 판매량 기준 2017년 40% 수준이었던 SUV 비율은 지난해 60%를 넘어서며 확실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베스트셀링카 10위권 모델에도 그랜저와 아반떼, 쏘나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SUV로 채워졌다.

    그랜저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상품성과 거주성에 있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로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대부분은 안전·편의사양을 갖췄다.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도 동급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단 모델 중 독보적인 크기를 갖추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모델이 딱히 없다는 점이 그랜저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부분이다. 완전변경을 거치며 시작 가격이 300만원가량 올랐어도 토요타 크라운, 렉서스 ES 등 비슷한 체급의 다른 차종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가성비’로 통한다. 차체가 높아 NVH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SUV 선택을 주저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로서도 작용하는 모습이다.

    그랜저 판매량 견인에는 다양한 파워트레인과 프로모션도 한 몫 했다. 그랜저는 LPG부터 가솔린, 하이브리드까지 엔진을 갖췄을뿐더러 생산년월에 따른 재고 할인도 꾸준하게 진행됐다.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면서 빠른 출고가 이뤄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그랜저 외에 다른 세단 모델 판매량은 SUV에 밀려 시장에서 지위가 축소된 모습이다. 올해 부분변경을 거친 쏘나타와 K5는 11월까지 각각 3만4456대, 3만1016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쏘나타가 2019년 10만3대, K5가 2020년 8만4550대를 판매했음을 고려하면 현재는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다.

    이는 쏘나타와 K5 등 중형세단 수요가 그랜저로 이동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차량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쏘나타 N라인 등 상급 모델이 그랜저 시작 가격대와 겹치는 것도 그랜저로 선택을 부추기는 요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랜저의 인기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는 독보적인 상품성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소매는 물론 리스와 렌트카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며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아 감가가 적은 모델인 만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