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해진공, 장고 끝 하림그룹 HMM 우협 선정6兆 이상 몸값에 업황은 불황…‘승자의 저주’ 우려HMM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안 부활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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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이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알렸다. 다만 부족한 자금력에 따른 해운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여전하고, 인수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아 최종 인수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잖은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매각 측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다. 하림그룹은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원을 써내 경쟁자였던 동원그룹(6조3000억원 안팎)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 가격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이 HMM을 품으면 자산은 42조8000억원으로 불며, 재계 순위는 기존 27위에서 13위로 단숨에 14계단이 뛰게 된다. 또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뿐 아니라 국내 1위, 글로벌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까지 거느리며 국가의 해운물류를 책임지는 초대형 국적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도 무리한 인수합병 따른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HMM 자산은 25조8000억원으로, 하림(17조원)보다 8조8000억원이 많다. 이번 인수전에 대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라는 비유와 함께 인수 이후 HMM 현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 이유다.

    하림은 막대한 인수금액 마련을 위해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인수자금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충당하는 것이어서 해운업황 불황에도 HMM 투자계획을 온전히 이행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림이 매각 측에 HMM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안 등을 제시한 내용도 자금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림은 본입찰 과정에서 산은에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JKL 주주 간 협약서(SHA) 적용 예외 ▲산은·해양진흥공사 사외이사 지명 불가 ▲사전 경영 협의 요건 명확화 등 조건을 제안했다고 알려져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10월 주식으로 전환한 1조원 규모의 영구채 외에도 총 1조6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보유 중이다. 이들 채권 만기는 2024~2025년 도래해 주식전환 예정으로, 이후 산은·해진공 지분율은 2024년 21.8%, 2025년 32.8%로 확대된다.

    매각 측은 HMM 현금 유출을 막기 위해 인수한 기업의 배당 가능액을 1년 5000억원, 3년간 총 1조5000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산은 측이 하림의 요구에 따라 주식전환을 유예한다면, 하림은 지분 57.9%를 유지하며 3년간 8681억원을 배당액으로 가져갈 수 있다. 영구채 미전환 시보다 2530억원 더 배당받는 셈이다.

    동원그룹은 하림의 요청이 입찰 기준에 위배된다며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림도 구두로 논란이 됐던 요구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향후 세부 조건 협상 과정에서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편 하림은 입장문을 내고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 체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를 요청했다가 특혜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매각 측과의 비밀 유지계약으로 인해 입찰가격 등 입찰 내용과 세부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