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비은행·부동산 유입 심화비은행 기업대출 2배 폭증부동산 등락 금융사 건전성 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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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인위적인 금리인하로 공급된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렸고 이후 부실자산관리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통화당국의 분석이 나왔다.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2023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리상승기 이전 대출 규모가 늘어난 부동산 관련 업종의 연체율이 최근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보고서에 따르면 두 번의 금리인하가 있었던 2020년 상반기 이후 부동산담보대출 및 기업대출에서의 비은행 영향력이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3분기 말 주담대 및 비주택담보대출에서 비은행 비중은 각각 21.6%, 34.9%로 2020년 1분기 말 대비 2.4%p, 1.6%p 증가했다.비은행 기업대출 규모도 2019년 말 151조원에서 올해 3분기 말 323조9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예금취급기관에서 비은행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1.9%에 달한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5%p 이상 증가했다.시장금리가 하락하자 기업들은 그동안 은행에서 받지 못했던 대출을 비은행 기관에서 받았고 이를 부동산에 투입했다는 얘기다. 은행 기업대출 중 건설·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인 반면 비은행 기관은 47.4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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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확대는 생산적 활동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기능이지만 부동산업 등 특정 업종으로 대출이 쏠리는 것은 자금의 한계생산성을 낮추고 예금취급기관의 건전성이 부동산가격 변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특히 향후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경우 비은행의 취약부문 부실자산관리 부담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실제로 부동산 PF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대부분 비은행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은행권 연체율은 0%대를 유지한 반면 상호금융은 4.18%, 저축은행은 5.56%에 달한다.부실에 대비하는 손실흡수력도 예금취급기관별로 상이한 모습이다. 은행권 고정이하여신은 11조5000억원 수준인 반면, 비은행은 34조4000억원 달하는 등 단기간에 급증하며 대손충당금(24조5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한은은 "부동산업 대출이 비은행권 중심으로 GDP를 상회하는 규모로 공급되는 등 금융시스템 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된 만큼 특정 부문으로 기업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권역별 규제차익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어 "부동산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정책당국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PF 사업성을 재평가해 지원여부를 판단하되, PF 정리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대주단의 자율적 협약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다만, 한은은 금융권 전반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높아진 금리수준이 유지되고 대출만기가 도래하면서 금리가 재조정되며 내년에도 영향이 미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까지 연체율은 과거 장기평균보다 상당히 낮아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