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국가전략기술 보유 기업 유턴시 보조금 지원 21→45% 확대지방 투자 시 국비분담율 최대 75% 적용… "유턴투자 고용 등에 중요"연평균 美기업 2000여개·日기업 500여개 자국행… IMF "韓경제 피해" 경고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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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정부는 첨단전략산업과 공급망핵심 분야 고부가가치 기업의 유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보조금 예산을 지난해 570억 원에서 올해 1000억 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법인세 감면 기간도 기존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백신 등 국가전략·첨단전략기술 보유 유턴기업이 지방에 투자하면 기존엔 투자금의 21%까지 보조금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45%까지 확대한다. 수도권에 투자할 경우 기존엔 지원금이 없었지만, 올해부턴 26%의 기본보조율을 적용한다.
지방에 투자하는 첨단업종, 국가전략·첨단전략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최대 75%의 국비분담율을 적용해 해당 분야의 투자유치를 촉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박덕열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은 "첨단산업 등의 유턴투자는 투자, 고용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수출 동력 확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이들 기업의 국내 복귀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글로벌 현지 경영 여건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국내 복귀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유턴기업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의 기업이 해외 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하고 국내로 오면 법인세·소득세 감면, 최대 600억 원의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후 10여 년이 흘렀지만, 유턴기업과 국내 복귀 후 투자 실적은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복귀를 결정한 기업은 24개로 2021년 26곳보다 줄었다. 2014년 이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을 모두 합쳐도 142개 사쯤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미국의 유턴기업은 2014년 340개에서 2021년 1844개로 5배 이상 늘었다. 누적으로는 총 6839개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2년 해외진출 기업 306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더라도 응답 기업 중 93.5%가 국내 복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 복귀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3.6%에 그쳤다. 현재 국내 복귀기업 지원 제도에 대해 응답 기업의 72.3%는 제도 효과가 작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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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팬데믹, 주요국 간 경쟁 격화, 보호 무역주의 등으로 말미암아 주요 선진국이 경기 불황 해법의 하나로 자국 기업의 국내 유턴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 설명으로는 미국에서 한 해 2000여 개, 일본도 연평균 500여 개 기업이 자국행을 택하고 있다.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의 하나로 세계 주요 국가에서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가속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쉽게 노출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규제 개혁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저가 생산기지를 찾는 국내기업들이 우리나라로 유턴할지, (애플처럼) 베트남 같은 다른 나라로 갈지 유불리를 따진다면 답은 자명하다"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등 좀 더 과감한 기업투자 독려정책을 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유턴기업 투자 유인책이 순수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성훈 KDI 연구위원은 "공급망 안정화, 국내 제조업 경쟁력 유지, 고용촉진 등의 정책 목적은 해외 생산 시설의 국내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투자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달성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