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 10.5조 등 역대급 기록AI 열풍 타고 유럽증시 시총 3위 올라"올해 저점 지나고 내년 큰 성장 기대"
  • ▲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맞이하는 피터 베닝크 ASML CEO ⓒ삼성전자
    ▲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맞이하는 피터 베닝크 ASML CEO ⓒ삼성전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이 지난해 4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장비를 만드는 세계 유일 회사인 ASML은 올해를 거쳐 내년이 되면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2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ASML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순매출이 72억 3700만 유로(약 10조 5000억 원), 당기순이익 20억 4800만 유로(약 3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이는 앞서 ASML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실적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ASML은 4분기 실적이 매출 67억~71억 유로를, 총이익률은 50~51%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매출은 이보다 12.6% 높았고 총이익률도 51.4%로 소폭 웃돌았다.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연간 순매출은 275억 5900만 유로(약 40조 원), 순이익은 78억 3900만 유로(약 11조 4000억 원)로 지난 2021년 이후 최대치다.

    이날 실적발표에 앞서 ASML은 AI 반도체 수요 증가와 실적 기대감으로 유럽 증시 시가총액 3위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장의 기대에 따라 ASML은 역대급 호실적을 공개하며 올해 다시 한번 실적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ASML은 반도체 산업이 여전히 저점을 지나는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 실적 눈높이를 크게 높이지 않았다. 회사 측이 내놓은 올 1분기 가이던스에 따르면 순매출은 50억~55억 유로, 매출총이익은 48~49%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20% 이상 줄어들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처럼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데는 중국으로 DUV(심자외선) 장비 수출길이 막힌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DUV는 여전히 ASML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장비다.

    대신 AI 반도체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초미세공정이 더 중요한 기술 경쟁력으로 떠올라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EUV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당 5000억 원을 넘는 고부가 제품으로 알려진 차세대 EUV로 알려진 '하이 NA EUV'를 인텔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올해는 반도체 산업 전반이 저점을 통과하고 바닥을 다지면서 내년 큰 폭의 성장세를 이룰 수 있는 시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내년 큰 폭의 성장세를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한 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