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부담 '벽'에 막혀업력 길수록 수출기여도 높아무협 "OECD 평균(26.5%) 수준으로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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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속세ⓒ연합뉴스
    수출에 오랫동안 기여한 강소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가혹한 상속세 잣대를 대는 현행 가업 승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수출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한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수출 업력 30년 이상인 기업의 최근 5개년(2015~2019년) 연평균 수출 실적은 1473만달러로 10년 미만 기업 평균 실적(94만달러)보다 15.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수출 업력 30년 이상 기업의 평균 수출 품목 수는 13.1개, 수출 대상국 수는 7.9개 국으로 10년 미만인 기업보다 각각 4.7배(2.8개), 4.6배(1.7개 국)에 많을 정도로 알짜 수출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팬데믹(2020~2022년) 기간에도 수출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의 연평균 수출 실적은 1,092만 달러, 10년 미만인 기업의 평균 수출 실적은 133만 달러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강소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수요가 상수로 자리잡았으며 이는 팬데믹 등 큰 폭의 시장변화에도 알짜 '캐쉬카우'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 감소, 최고 경영자(CEO) 고령화 등으로 장수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과도한 조세 부담, 엄격한 가업 승계 지원 제도 요건 등이 원활한 가업 상속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KITA 설문결과, 원만한 가업 승계는 △해외 시장 진출(57.3%), △기술 개발 및 투자(43.2%), △기업가정신(37.8%), △고용(35.0%) 확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업 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조세부담이 74.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 세금 문제로 가업을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42.2%에 이르렀다

    실제로 한국의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직계비속 기준)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은 2위이며, OECD 회원국 중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18개국의 평균(26.5%)을 크게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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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인들은 가업 승계 지원 제도 이용과 관련해 정보 부족, 까다로운 사전·사후 요건 등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한다.

    보고서는 우리 무역업계의 원활한 가업 승계와 수출 장수기업 확대를 위해 ①상속세율 인하, ②최대 주주 주식 할증 완화, ③상속인 범위 확대, ④가업 상속 지원 제도 사전·사후 요건 완화 등 정책 개선을 제언했다.

    먼저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의 평균(26.5%)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기업에 주식 시장 가치의 20%를 일률적으로 할증해 상속 증여 재산을 평가하는 지금의 방식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대신 미국‧독일‧일본 등과 같이 기업 특성을 고려해 할증 또는 할인 평가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평가 방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속인 범위도 자녀‧배우자, 부모, 형제 등에서 손자‧손녀, 전문 경영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령화‧저출산으로 가업 승계가 늦어지고 적임 상속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전문경영인의 역량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벨기에 등은 가업 상속 지원 제도 이용 시 기업 규모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는다.

    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상속 공제 제도 이용에 고용 유지 사후 요건을 부과하지 않고, 일본은 사후 5년간 80% 이상 고용 유지 의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사유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수출 업력이 길수록 수출 규모, 품목 수, 수출 대상국 수, 고용 인원 등 많은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는 ‘기업 업력이 곧 수출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무역업계의 가업 상속을 적극 지원해 수출 장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어 "최근 CEO 고령화, 장수기업의 소멸 비중 상승 등 기업의 영속성을 제한하는 경영 여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과도한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가업 상속 지원 제도 요건이 가업 승계를 저해한다"며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