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완료'주가·외국인 주식 비중'은 오히려 감소구자용 부사장의 투자자 소통 효과 실종전기차·자율주행, 성장동력 부재 원인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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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적극적인 해외 IR(기업설명회)과 ‘밸류업(기업 가치제고)’ 시행에도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에서 글로벌 기업에 밀리는 등 장기 성장동력이 부재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8일 자사주 390만6545주·기타주식 75만9323주를 모두 매입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보통주 1주당 취득가액은 20만8874원, 기타주식 1주당 평균 취득가액은 15만9273원으로 총 9369억원이 투입됐다.

    현대차는 당초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올 2월 27일까지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었는데, 이보다 보름가량 빨리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 감소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효과를 낸다.

    1조원에 이르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현대차가 지난해 8월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신호탄과도 같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3년간 4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비롯해 2025년부터 3년간 배당성향 30~35% 수준 유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0% 이상 달성 등 밸류업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의 적극적인 밸류업 의지와 함께 본격적인 자사주 매입에도 현재 주가는 20만원 안팎에 그쳐 있다. 현대차 주가는 종가기준 자사주 매입 시작 전날인 지난해 11월 27일 22만1000원에서 매입이 완료된 이달 11일 19만9400원으로 9.8%(2만1600원) 떨어졌다. 자사주 매입 기간 단기적인 주가 부양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이 기간 현대차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도 오히려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의 외인 비중은 지난해 4월 25일 40.01%로 2020년 2월 26일 40.04% 이후 4년2개월여 만에 40%를 돌파한 바 있다. 이후 8~10월 41%대 비중을 유지하면서 현대차 주가를 떠받쳤다.

    11월 들어서도 40%대를 차지했던 외인 비중은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당일 오히려 39.98%로 축소, 7개월여만에 40%대를 반납했다. 현대차 외인 비중은 이후 더 줄어 현재 37.53%까지 떨어진 상태다. 같은 기간 기아의 외인 비중이 39%대를 유지 중인 것과 대조된다.

    현대차는 구자용 IR담당 부사장을 필두로 해외 IR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구자용 부사장은 리먼브라더스와 노무라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경제통으로 외국인 투자자 유입 효과에 정통한 인물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31일부터 2월 16일까지 북미·유럽·아시아 지역에서 IR 행사를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3월, 5월, 11월 등 네 차례에 걸쳐 NDR(Non Deal Roadshow)을 진행했다. NDR은 기업이 증권사 등을 통해 투자자 찾아 사업계획, 실적 등을 소개하는 IR을 말한다.

    올 들어서도 현대차는 이달 4일부터 14일까지 미국·유럽·아시아에서 IR을 진행, 투자자와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IR 활동과 자사주 매입이란 당근책에도 외국인 투심 회복이 묘연한 것으로, 중장기적인 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모빌리티 산업은 기존 내연기관 중심에서 친환경 연료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중심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선두에서 달리고, 중국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는 사이 현대차는 존재감을 비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완성차 판매량도 역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70만5010대, 해외 343만6781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총 414만1791대를 판매했다. 2023년과 비교해 국내 판매는 7.5% 감소, 해외 판매는 0.5% 감소한 수치다. 올 1월 국내외 시장에서의 총 판매량도 1년 전 대비 2.3%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뛰어난 정보력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증시에서 거대 운용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며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비중 축소는 좋은 투자처란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주가 하락 방어를 노릴 수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이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총 4조 규모 자사주 매수 계획을 밝히면서도 이 물량에 대한 소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했다가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거나, 임직원에게 나눠줄 시 주가 부양 효과는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