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고려하면 등록금 15년 전보다 33%쯤 줄어교수·교직원 급여도 동결 행진… 젊은 교수들 이직 고민낡은 기자재·시설 교체 엄두도 못내… "교육의 질 퇴보"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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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학교가 지난달 31일 15년 만에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밝힌 가운데 계명대·경성대·경동대 등도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15년간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했지만, 일부 지방 사립대학교는 재정적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이다.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올해 학부 등록금을 4.9% 인상한다고 밝히고 "학교시설 노후화가 심각해 15년여 만에 인상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총장은 "교직원 임금을 대거 삭감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에 대한 투자에 한계가 왔다"며 "제가 87학번인데 아직도 (학과별 시설) 격차가 심하다. 국책사업을 할 수 있는 분야의 학과는 환경 개선이 잘 돼있지만, 그 외 대다수의 학과는 수십 년 전에 쓴 실험 테이블을 쓴다거나 실습 기자재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밝힌 대구 계명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계속 동결한다면 교육의 질이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며 "학생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수치적으로는 15년간 등록금이 같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등록금이 15년 전보다 33%쯤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나온다"며 "15년 동안 학교에 있는 교육용 기자재 등이 많이 노후화됐는데 (재정난에) 그런 것들을 교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등록금을 올린 만큼 늘어난 재정은 학생의 교육 편의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며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낡은 기자재나 시설 등을 새것으로 교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부산 신라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돈을 더 내고 학교생활 중 불편한 요소를 없애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등록금 동결로 인해 교수나 교직원들의 인건비도 제자리인 상태"라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삭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이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오르지 않는 급여 때문에 이직을 준비하는 교수도 있다"며 "젊은 교수들은 이직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그러면서 "요즘 우스갯소리로 대학교보다 중·고등학교 시설이 더 좋다는 말이 나온다"며 "15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학교 측이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줄고 있다"고 언급했다."15년째 동결된 교수 급여… 이들 고충, 공감 받기 어려워"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15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교수와 교직원의 급여도 묶여 있는 실정"이라면서도 "이들의 고충은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능한 교수와 교직원이 교육 현장을 떠나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이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은 그대로인데 교수나 교직원의 급여를 물가 상승률에 맞춰서 올려주기가 버거운 게 현실"이라며 "등록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정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국책사업을 유치하거나 법인지원 등을 통해 재정위기를 타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정부 재정의 의존도가 높은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상하기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 등록금이 영어 유치원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을 책임지는 대학에게 적합한 처우는 아니다"고 꼬집었다.한편, 교육부의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보면 지난해 전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757만 원으로 나타났다. 방학 4개월을 제외하면 월별 등록금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사립대 재정은 지난 2009년 동결을 시작하면서 2016년부터 운영 손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인구절벽의 충격이 현실화하면서 신입생 모집까지 어려워질 경우 사립 대학의 운영난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