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회장, 지난달 경제지주 10개사 경영진 인사 단행전협노 "'알박기' 인사… 차기 회장 인사권 침해" 비판내달 총회서 임기 끝나는 요직 3인방 인사 향배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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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암초를 만났다.회장 교체기에 임기만료를 앞둔 이성희 현 회장이 알박기 인사를 하면서 농협을 새로 이끌어갈 강 회장이 단행할 인사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농협경제지주 (손)자회사 15곳 중 10곳의 대표이사와 부사장, 전무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 농협케미컬, 농협식품, 농협홍삼, 오리온농협, 남해화학, 농협물류,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이다.교체 혹은 유임된 경영진 상당수는 이성희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명목상 경제‧금융지주 대표가 각 자회사의 인사권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농협중앙회장이 실질적으로 농협 내 인사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이성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이번에 인사가 난 임원들은 향후 2년간 임기를 보장 받는다.◇ 이성희 회장 ‘알박기 인사’에 강 당선자 첫 인사 급제동이 회장이 직을 내려놓기 직전 인사를 단행하면서 강호동 회장 당선인 입장에서는 첫 인사부터 제동이 걸리게 됐다. 강 당선자는 다음달 21일 열리는 농협중앙회 정기총회 직후 임기가 시작된다.인사권을 쥔 수장이 취임 이후 자신의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실질적으로 함께 손발을 맞출 경영진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러한 인사권을 침해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이하 전협노)에서도 지난달 31일 농협중앙회장 교체 직전 ‘알박기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전협노는 성명서에서 “현 회장이 알박기 인사로 마지막까지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신임 회장이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서는 시기는 선출된 다음 해부터가 된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본래 1월까지인 회장 임기를 3월 정기총회까지로 연장한 농협중앙회 정관 등을 근거로 한 중앙회장의 알박기 인사 폐해는 반드시 총체적 개선방안을 도입해 근절시켜야 한다”고 했다.◇ 농협중앙부회장‧경제지주‧상호금융 대표 내달 임기 끝…알박기 촉각시장에서는 농협중앙회 2인자로 불리는 부회장을 비롯한 요직 3인방의 인사에도 이성희 회장이 마지막 영향력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린다.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우성태 농협경제지주 대표이사, 조소행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의 임기는 내달 총회까지다.농협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회장 교체기에는 차기 회장에서 인사 결정권을 넘기는 게 일반적인 배려인 만큼 이성희 회장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강 당선인의 인사권을 보장해주는 게 옳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4년 만에 회장이 교체되는 만큼 농협중앙회 내부뿐만 아니라 농협금융지주 산하 자회사 경영진 인사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