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안 보인 컨콜온통 역대급 영업익에만 도취머스크 "테슬라는 AI·로봇 회사"… 미래 청사진 직접 설파정의선 회장 '모빌리티 진화' 제시 아쉬워
  • ▲ 정의선 회장ⓒ연합뉴스
    ▲ 정의선 회장ⓒ연합뉴스
    꿈의 힘은 강력하다.

    화성에 가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그의 전기차, 우주선, 로봇, 인공지능 사업은 화성이라는 꿈 하나로 똘똘 뭉쳐있다.

    반면 자동차 하나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현대자동차그룹에는 미래 모빌리티의 ‘꿈’이 잘 안보인다.

    지난달 열린 현대차와 기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양사 경영진들은 온통 26.7조의 영업익에만 꽂혀 있었다.

    수십 분 내내 어떤 차가 더 팔렸고, 덜 팔렸지 하는 그저그런 얘기들만 오갔다.

    컨콜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사업에 대한 질문은 거의 하지 않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정의선 회장이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도심항공을 통해 현대차가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묻지 않았다.

    과연 올해도 현대차 역대급 실적을 이어갈 지에 대한 문의만 가득했다.

    이런 모습은 테슬라의 4분기 실적발표와 무척 대비된다. 

    일론 머스크는 직접 투자자들에게 “자동차는 바퀴 네 개 달린 로봇”이라며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기업”이라고 설파했다. 

    이어 “확실치 않으나 테슬라가 향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될 길이 보인다”며 실적 부진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래 청사진 제시에 열중했다.

    자동차를 단순 차로 보느냐, ‘바퀴 네 개 달린 로봇’으로 보느냐의 인식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자동차를 로봇으로 보고 사람을 배제했기에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를 생각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초 테슬라의 경쟁자로 현대차를 거론했다. 하지만 미래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하루 아침에 테슬라의 라이벌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의 실적에 매몰된다면 현대차의 현실적인 경쟁상대는 테슬라가 아니라 한지붕 아래 기아일 뿐이다. 

    정의선 회장의 결단력은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한파와 공급망 혼란속에서도 어느덧 미래 현대차를 테슬라와 비견되는 위치까지 이끌었다. 

    다만 인공지능으로 천지가 개벽하는 즈음, 다시금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가 긴요해 보인다.

    현대차의 미래 정체성을 정의할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