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인원 이동 잠정 중단청주팹 TSV 라인 생산능력 우선 확대낸드 회복세 지연도 발목 '이천-D램, 청주-낸드' 완전 이원화는 추후
  • ▲ SK하이닉스 청주 M15 팹 전경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청주 M15 팹 전경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이천 팹(Fab) 낸드플래시 인력을 청주로 이동하는 방안을 잠정 보류했다. 수요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낸드보다 청주 팹에서 생산능력 확대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우선순위를 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오던 이천 낸드 생산 조직을 청주로 이동하는 방안을 잠정 중단했다. 청주행이 결정됐던 이천 낸드 인력들은 최근 이 같은 결정에 다시 이천에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팹을 낸드 생산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이천에 일부 흩어져있던 낸드 생산 인력을 청주로 합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천에 남아있는 낸드 라인은 D램으로 전환해 이천 팹은 D램, 청주는 낸드 생산으로 이원화하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엔 곽노정 최고경영자(CEO) 주관으로 열린 임직원 소통행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지하고 연말까지 이천 낸드 인력들이 청주로 이동을 준비했다. 이동이 확정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D램과 낸드 생산거점을 따로 운영할 필요성에 따라 이전이 확정됐다.

    하지만 연말께 이 같은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급증하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힘 입어 여기에 필수로 탑재되는 HBM 생산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는데, 올해부턴 더 급격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HBM 생산에 역량을 총 동원할 필요성이 커졌다.

    HBM 생산능력은 청주에서 결정된다. HBM 패키징 라인인 TSV(Through Silicon Via)가 청주 M15 P3팹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HBM은 기존 반도체와 달리 여러 칩을 붙여 완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TSV 라인이 필수적이고 곧 HBM의 생산능력이 결정된다.

    올해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HBM 생산능력을 갖추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대 고객사인 미국 엔비디아를 포함해 다수의 신규 수요처 문의가 쇄도하면서 HBM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보하는게 급선무다.

    반면 낸드는 지난해 일찌감치 흑자전환에 성공한 D램과 달리 올해도 여전히 수요가 완전히 회복될 기미를 찾기 어렵다. 다행히 D램과 함께 낸드도 지난 1월 기준 4개월 연속 거래가격이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낸드 감산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올 하반기까지는 낸드시장이 완전히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기엔 어려울 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SK하이닉스는 이천 낸드 라인을 청주로 가져오는 대신 HBM 생산능력을 높이는데 우선적으로 공간과 인력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HBM 생산라인을 충분히 확보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향후에 D램과 낸드 생산공장을 완전히 이원화 하는 작업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