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군불때기'에 곳곳 추종 보도WD 합병 위한 꼼수까지 비화하이닉스 "근거 없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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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시장 불황이 깊어지며 벼랑 끝까지 몰린 일본 낸드 제조사 키옥시아가 마지막 희망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잇따라 무리수를 두고 있어 주목된다. 합병 성사 키를 쥔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여러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 없이 뒷북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나친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언론에서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에 자사 낸드 생산 공장 이용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지만 SK하이닉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하며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의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이 같은 보도에 앞서 지난달엔 키옥시아가 불발됐던 WD와의 합병을 재추진하기 위해 물 밑 협상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키옥시아가 다시 한번 합병 성사 키를 쥔 SK하이닉스를 설득하기 위해 당근책을 제시하고 나섰다고 풀이했다.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키옥시아 지분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향후 키옥시아 주요 주주로서 역할을 하고 낸드사업에서도 사업 시너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번에 키옥시아가 자사 낸드 생산라인 사용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이번에 키옥시아가 자사 생산시설 이용을 권했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낸드 시장 주요 제조사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수요 감소로 감산을 결정하고 지금까지도 이 같은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키옥시아 생산라인을 활용해서까지 낸드 생산에 나설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현재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두고 있는 자사 낸드 공장도 모두 활용하지 않고 있을 정도로 낸드사업에선 여전히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공장 유휴 부지에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라인을 신설키로 하고 관련 셋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이천 팹(Fab) 일부에서 돌아가고 있는 낸드 생산라인을 청주로 통합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했다가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일 정도로 낸드사업에는 속도 조절이 한창이다.게다가 과거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의 사업 협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려지며 키옥시아가 합병 찬성을 얻기 위해 뒤늦게 헛발질을 했다는 평까지 나오는 상황이다.일본 언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밀려드는 HBM 주문으로 생산능력(CAPA) 확장을 고민하며 HBM 패키징 라인을 신설하기 위해 키옥시아에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옥시아의 키타카미 공장 유휴 부지에 SK하이닉스의 HBM 패키징인 TSV(Through Silicon Via) 라인을 세우는 방안이었다.하지만 결국 이 방안은 추진되지 않았고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가 WD 합병안을 두고 의견 대립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당시 일본 언론에서는 "키옥시아가 왜 이 같은 결정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했을 정도로 일본 내부에서도 키옥시아의 경영 판단 미스라고 보는 분위기였다.지난해에만 2500억 엔(약 2조 3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키옥시아는 사업을 영속하기 위해 유일한 남아있는 카드가 WD와의 합병이다. 여기에 주요 주주인 SK하이닉스의 찬성표가 절실한 상황에서 사업 제휴를 통해 관계 개선을 꾀했지만 오히려 서로의 간극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키옥시아와 일본 언론이 과도한 언론 플레이로 SK하이닉스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에도 키옥시아는 SK하이닉스에 사업 제안을 했다는 점을 보도를 통해 알렸지만 정작 SK하이닉스는 사업적으로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으면서 양사 간 제대로 된 의견 교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켰다. 제대로 제안 조차 받지 못한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일방적 보도에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컨소시엄에 4조 원 가량을 투입해 키옥시아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투자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키옥시아와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앞으로 어떤 선택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