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앞세운 美 "공급망 되찾겠다""옛 영화 다시"… 日 수십조 공격적 투자韓 반도체 예산 1조 불과… 정쟁 수렁 되풀이삼성전자, 하이닉스 '동맹화 전략' 안간힘
  •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 발표 행사인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참석해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대담하고 있다.ⓒ연합뉴스
    ▲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 발표 행사인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참석해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대담하고 있다.ⓒ연합뉴스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되찾겠다.”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 포럼에서 이 같이 선전포고 했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공식적으로 알린 셈이다.  

    당장 한국 반도체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대만의 TSMC를 추격하기 바쁜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등이 자국내 반도체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대문이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천문학적인 비용과 지원이 요구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포럼에서 올해 안에 2나노미터(㎚·1㎚=10억분의 1m)와 1.8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하고,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TSMC와 삼성전자 양산 예정일보다 앞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겔싱어 CEO는 "아시아에서 전 세계 반도체의 80%가 생산되는데 인텔이 이를 50%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이뤄지면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알린지 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인텔이 자신감을 내비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우군 확보다.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100억 달러(약 13조 26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인텔과 논의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자체 개발 중인 AI 칩 생산을 인텔 파운드리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물량은 인텔의 역대 최대 수주액인 50억달러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 역시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며 “미국이 세계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해 ‘제2의 반도체지원법’이든 뭐든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은 AI 생태계를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로 지목받는 분야다. 자율주행차 및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기기 등에 AI 기술 적용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글로벌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2030년 AI 반도체 시장규모는 1179억달러로 현재보다 17배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펼칠 AI 패권 경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AI 반도체라는 얘기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은 실적 반등을 확인하며 AI 분야에 투자 규모를 다시 늘린다는 기조다. 

    특히 챗GPT 개발사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사업 진출을 위해 최대 7조달러 규모(9331조원)의 자금 조달에 나서며 자체 AI칩 개발을 공식화한 만큼 반도체 업계로서는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인텔이 축적된 파운드리 공정 기술력 부족으로 2나노 성공이 쉽지 않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오지만 이 같은 배경을 무시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때문에 파운드리 시장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7.9%를 보이고 있으며 그 뒤로 삼성전자(12.4%),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6.2%), 대만의 UMC(6%), 중국의 SMIC(5.4%) 등이다.

    반도체 부활은 미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본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수십조 원을 투자하며 반도체 시장의 잃어버린 30년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일본은 1980~1990년대 소니 등을 중심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경기침체와 선제적인 투자에 실패하며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88년 50.3%에서 2021년 6% 수준까지 떨어지며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1990년대만 해도 메모리 시장에서 10위권에 상당수를 차지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기업들의 명단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일본이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공급망 재편이라는 지정학적 호재를 맞이하면서 반도체 부활에 자신감을 얻었다. 미국은 중국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 격화로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데 일본까지 포섭하면서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 매출액을 2020년보다 3배 많은 15조엔(한화 약 136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래저래 한국 반도체 업계엔 버거운 현실이 되고 있다.  TSMC를 따라가기도 바쁜데 미국과 일본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참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책과 규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만 해도 한세월이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부지가 선정되고 2022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아직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지역 민원·토지 보상·용수 공급 인허가 문제 등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착공에 들어가도 2027년에나 가동이 가능하다.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관련 예산은 1조 3000억원에 불과하고 지원금도 전무하다. 거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수준이다. 올해 일몰 예정인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방안도 야권의 비판적 기류 탓에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월 2047년까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662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투자가 차질 없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여기에 기업의 반도체 공장 설립과 투자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해제와 대대적인 세제·금융 지원 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ARM과 동맹을 강화했다. GAA 기반 최첨단 공정에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설계 자산(IP)을 최적화하기로 한데 이어 2나노 기반 AI 칩렛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일본 최대 AI 반도체 스타트업 PFN의 2나노 반도체를 수주했으며 미국 퀄컴도 차세대 모바일 AP 생산을 위해 삼성에 시제품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계기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고객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력에서는 지난 2022년 TSMC보다 앞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TSMC와 격차를 좁혔다는 분위기가 팽배해다.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 향 중심으로 2나노 공정(SF2)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 향 공정, 2027년 오토모티브 향 공정으로 확대한다. 최첨단 SF2 공정은 SF3 대비 성능 12%, 전력효율 25% 향상, 면적 5% 감소한다. 또한, 1.4나노 공정은 계획대로 2027년 양산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