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6만6900원' 터치… 사상 최고가고부가 HBM 성장가능성 무궁무진뚝심 인수 10여년 만에 빛 발해
  • HBM에 대해 설명듣는 최태원 SK 회장 ⓒSK
    ▲ HBM에 대해 설명듣는 최태원 SK 회장 ⓒSK
    SK하이닉스가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롭게 쓰며 날개를 달았다. 극심한 실적 악화를 겪던 하이닉스 인수에 힘을 실어준 최태원 SK 회장의 혜안과 투자 뚝심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3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오전 16만6900원을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전날에도 주가는 15만 650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호실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해 미국 반도체 지수 상승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다. 차세대 HBM인 HBM3E도 조만간 양산을 앞두고 있다. AI(인공지능) 시대 넘쳐나는 데이터 양을 처리하기 위해선 HBM 같은 고효율 메모리가 탑재된 반도체와 서버가 필수인 상황이라 SK하이닉스 HBM은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다.

    2년 전만해도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시름이 깊었다. 그러다 지난해엔 범용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감산까지 감행할 수 밖에 없었는데, 하반기 들어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이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SK하이닉스 D램이 극적으로 흑자전환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사상 최고가는 SK그룹에 편입된지 10여 년이 넘는 상황에서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과거 2011년 SK그룹이 옛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하이닉스는 생존을 논해야 할 정도로 체력이 악화됐었고 SK 내부에서도 인수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같은 산업에 반드시 뛰어들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SK그룹은 통신사업과 석유 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기반이 형성된 상태라 경험이 없던 반도체 산업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누적 적자만 수천억 원대였던 하이닉스 반도체를 되살릴 가능성도 희박한데다 몇 년에 한번씩 불황 주기가 오는 반도체업계에서 살아남는 것도 큰 과제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기술력 개발과 인재 확보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최 회장의 뚝심으로 점차 가능성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인수·합병(M&A)이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반도체 기술 개발에 수 조원대 투자를 이어갔다.

    덕분에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업계 확고한 2위로 자리매김했고 SK그룹 내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갔다. SK그룹이 지난 2021년 대기업집단 자산 2위에 오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SK하이닉스였다.

    여기에 AI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HBM과 같은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든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최 회장의 모험은 확신으로 완전히 탈바꿈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맞이하는 최악의 메모리 시장 수요 침체에도 지난해 SK하이닉스는 D램 사업 흑자전환에 이어 전체 사업 흑자전환을 삼성전자보다 먼저 이뤄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생산분은 이미 완판됐고 이후 차세대 제품 양산에도 기술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프랑스 IT 시장조사업체 욜 그룹(Yole Group)에 따르면 전 세계 HBM 시장은 올해 150% 성장해 141억 달러(약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봤으며 5년 뒤인 오는 2029년에는 377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 중 상당부분의 성과를 SK하이닉스가 볼 수 있는 기회를 눈 앞에 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