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한선 빠진 배상기준안…배상비율 예측 불가본사부터 현장까지…판매사 위법‧부실 형태도 천차만별당국 “DLF 때보다 전반적인 배상비율 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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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11일 제시한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분쟁조정 기준안은 상·하한선 없이 0~100%까지 판매자·투자자별 가산·차감 요인을 세분화해 배상비율을 산출하는 게 특징이다.

    개별 사례에 따라 손실액 전액을 배상받을 수도, 반대로 아예 배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모두 열려있는 셈이다.

    다만 다수의 사례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할 것으로 예상돼 앞서 지난 2019년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 배상비율 20~80%보다는 전반적으로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 세밀하게 짜여진 배상 기준안…"규모·비율 예상 어려워“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잠정)·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배상비율은 투자자별로 확정된 손실에 대해 판매원칙 위반 등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별 고려요소를 종합해 산출한 각 투자자별 배상비율을 적용해 배상금액을 산정한다.

    내부통제 부실과 설명의무 위반 등 판매사 잘못에 의한 배상비율은 최대 50%까지 산정 가능하다. 여기에 ‘투자자별 요인’에 따라 45%p를 가감하고, 별도 고려사항을 반영한 '기타 조정' 10%p까지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100% 배상도 이뤄질 수 있다. 

    이번 사안은 주요 판매사가 11개사에 달하고 검사 지적사항이 판매사별·기간별로 제각각이라 전체 배상금액이나 일률적인 배상비율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투자자 배상비율은 이번 조정기준안을 토대로 산정될 것”이라면서 “기준안은 분쟁조정 절차의 시작점으로 현 시점에서는 투자자별 구체적 배상비율이나 전체 배상규모를 파악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불완전판매 '천태만상'…대리가입‧서류변조까지

    실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사 검사에서 본사의 판매정책과 시스템부터 일선 현장까지 배상비율 산정 때 감안해야 할 불완전판매 행태는 다양하게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은행권에선 지난 2021년 글로벌 주가지수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였음에도 과도한 영업목표와 프로모션 등으로 실적경쟁을 조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은행은 1년 영업 목표를 수립하면서 WM(자산관리) 수수료 중 신탁수수료 목표를 전년 예상 실적 대비 56.9% 올리고 전사적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상품을 권유하는 불완전판매도 있었다. 일례로 A증권사는 '원금보존'을 희망하는 투자자에게도 자산 규모, 소득 수준 등 다른 항목 평가 결과에 의해 ELS 가입이 가능하도록 운영했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본사의 판매정책 속에 일선 판매직원들에 의한 다양한 불완전판매 행위도 발견됐다.

    대리 작성·서명으로 판매 직원이 고객을 대신해 ELS에 가입해 주거나, 명의자 본인의 의사 확인 없이 서류를 위조해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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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감독원 제공
    ◇ “다수가 20~60% 내 분포”…DLF보다 낮을 듯

    금감원은 현재까지 확보된 데이터에만 기반했다는 전제 하에 ELS 피해자 다수의 배상비율이 20~60% 내에 분포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론적인 배상비율 폭을 넓게 설정했지만 실제 배상비율 분포는 지난 DLF 때보다 낮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판매사가 판매 과정의 기본적·형식적 법규를 갖추고 있어 DLF 때 만큼 내부통제 부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면서 “ELS 상품이 투자자들한테 비교적 알려진 상품이기 때문에 DLF 때 만큼 불완전판매 책임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어, 과거 DLF 때보다는 (판매사의) 전반적 책임을 높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론상 가능한 배상비율 100%도 아직까지 사례가 발견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석부원장은 “판매자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배상비율이 0%나 100%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구체적 사례로 확인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 은행권 “배상비율 낮지 않아”…사법 리스크 대비

    당국은 DLF 당시보다 전반적인 배상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은행권에서는 기본배상비율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기준안에서 기본배상비율과 공통 가중을 합한 30%를 사실상 배상비율 하한선으로 여기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ELS는 앞서 발생한 DLF(파생결합펀드), 라임·옵티머스펀드와 달리 공모상품인 데다 비교적 정형화·대중화된 상품이라는 점에서 배상비율이 하향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낮은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투자자들의 민원과 소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일단 대형 로펌과 손잡고 ‘사법 리스크’ 대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과거 선례에 비해 정교하고 세밀하게 나온 것 같다”면서 “금감원의 배상비율 산정 방식 등이 타당한지를 관련 현행법과 앞선 판례 등에 비춰 살펴보고 소송 등 법률 리스크도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