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지속에 … 서민 부담 가중 심화"상반기 전기요금 조정 유보, 하반기 본격화"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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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누적 적자를 고려하면 올해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다음 달 국회의원 총선거가 임박한 데다 최근의 생활물가 불안정 등을 고려할 때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도 올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공공요금을 상반기 동안 동결 기조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르면 다음 주 중 2분기에 적용할 전기요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매 분기 시작 전 달의 21일까지 정해지는 연료비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는 식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전기요금을 올렸고 3분기에는 동결했다. 4분기에는 대기업에 적용하는 산업용만 ㎾h당 10.6원 인상한 바 있다. 올 2분기 요금이 1분기 수준을 유지한다면 일반 가정에서는 세 분기 연속 요금이 동결되는 셈이다.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의 지난해 기준 부채는 202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192조8000억 원)보다 9조6000억 원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2021년 223%에서 2022년 459%, 지난해 543%로 증가했다.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전이 감당할 연간 이자 비용은 3조3000억 원쯤이고 하루로 따지면 90억 원에 이른다"며 "요금조정은 꼭 필요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결정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도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지난해까지 5번 인상한 후 여전히 현실화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12월(3.2%) 이후 두 달 만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고물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서민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총선이 치러진다는 것도 변수다. 고물가 속 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반감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결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금리, 경기침체 등 국민경제 부담을 줄이고자 요금 인상이 다시 한번 억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전력경영연구원 펴낸 전력경제 리뷰 1월호에서는 "정부가 상반기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조정을 유보할 전망"이라며 "총선과 상임위원회 구성 등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전기료 인상 논의는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