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이복현의 "20년 설명 의무"에 대해 반발 '과거 20년 수익률 기준' 은행 의무 아니다銀 "자율배상하면 배임될 수도…회사와 주주간 문제"금감원 "배임 이해 못 해… 자율배상 제재 감경 사유"
  • ▲ 이복현 금감원장ⓒ연합뉴스
    ▲ 이복현 금감원장ⓒ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ELS(주가연계증권) 분쟁조정기준안 가운데 '20년간 손익률' 설명 의무 위반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은행들은 설명의무 위반의 핵심 기준인 기초자산의 최근 ‘20년간 손익률’을 은행이 반드시 알려야 할 의무로 보는 게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설명의무 위반사항을 모든 은행에 공통 적용해 20% 기본 배상을 해야 한다고 봤다.   

    한 은행 관계자는 13일 "증권사 ELS 상품을 신탁으로 판매한 은행들이 기초자산의 가격변동 추이를 최근 20년간 기준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면서 “실제로 은행들은 대부분 10~17년 사이의 투자손익률을 고객들에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당국은 자율배상이 배임으로 비화될 조짐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었는데 배임 이슈는 왜 나오는지 의문"이라는 반면 판매사들은 "회사와 주주 사이에 해결할 문제"라며 맞서고 있다.

    ◇ 은행 “설명의무 위반 아냐”… 금감원 “20년 손익률 알렸어야”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홍콩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0%에서 최대 100%까지 손실 배상이 가능한 분쟁조정안을 발표했다. 판매사 잘못에 따른 은행의 기본 배상 비율(가중치 포함)은 25~50%다. 

    특히 판매사 요인인 기본배상비율 중 설명의무 위반사항을 모든 은행에 적용했다. 이를 은행들이 따를 경우 무조건 20% 기본 배상을 깔고 배상비율 협의에 나서야 한다. 

    금감원은 "일부 은행은 신탁 계약 시 자체적으로 작성한 운용자산설명서를 투자자에게 설명, 교부하면서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를 포함해 과거 20년간 투자손실률을 알려야 하는데 과거 10년 기준으로 "사실상 손실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한 은행은 ELS 발행사(증권사)의 증권신고서에는 손실위험 분석기간이 과거 20년으로 돼 있으나, 운용자산설명서 작성 시 이를 10년으로 임의변경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과거 20년간 투자손실률을 알려야 하는데 과거 10년 기준으로 "사실상 손실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이유로 전 은행권에 설명의무 위반을 적용했다. 

    은행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증권사가 ELS 상품을 발행해 공시할 때는 금감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라 ‘기초자산의 최근 20년간 가격변동추이’를 기재하는 게 맞지만 ELS를 특정금전신탁으로 판매한 은행 입장에서는 운용설명서에 ‘20년 손익률'를 기재하는 게 의무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은 증권사에 적용하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은행에도 동일하게 적용한 것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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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VS 금융당국, 배임 놓고 팽팽한 기싸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용 문제로 모든 투자자가 소송으로 갈 순 없다"며 "그래서 금감원이 나름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이걸 중심으로 빠르게 분쟁을 처리하자는 건데 왜 배임 문제가 나오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율배상은 금융권 제재 감경 사유"라며 은행의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 공감할 만한 배임 이슈가 있다면 고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판매한 ELS 전체를 배상 대상이라고 보고 손실률을 현재 기준인 53.5%라고 가정했을 때, 배상비율이 20~60%(가장 많은 사례)에서 결정되면 은행들은 1조5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 수준을 부담하게 된다. 지난해 1분기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4조90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금액이다. 

    은행권에선 책임 확정 전 자율배상에 나설 경우 배임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가입자에게 배상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결국 판매사의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의미로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증권 등 판매사들은 “배상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만큼 주주들이 회사에 배임과 관련해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율 배상을 위해서는 회사가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것으로, 회사와 주주 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 ELS 분쟁조정기준안은 굉장히 세부적인 데다 가입자별로 다양한 사례가 있다 보니 전반적인 법률검토는 물론 사례마다 추가적인 법률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예상 총배상 규모를 산정하는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분쟁조정과 법적소송, 사례별 법률검토 등을 위한 자문계약도 잇달아 맺었다. KB국민은행은 김앤장과 화우 두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했고, 신한은행은 화우, 하나은행은 율촌·세종과 계약을 맺었다. NH농협은행은 세종과 광장에 자문을 구했다. 

    결국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자율배상에 나설지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은행들은 서로 눈치싸움을 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100% 전액 배상을 주장하며 오는 15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