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다음주 판매사에 검사의견서 발송"과징금 줄이자"…은행권 자율배상 속도전CEO징계 나올까…손태승‧함영주 사례 부담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번 주 안으로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와 관련해 자율 배상 방침을 최종 확정한다. 지난 11일 분쟁조정 기준안이 제시된 이후 사례 검토에서 배상까지 수개월이 예상됐으나 당국의 압박에 보름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단계로 홍콩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매사의 사태수습 노력을 참작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과징금과 CEO 징계 등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 홍콩ELS 과징금 얼마나…이론상 최대 8.5조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주 홍콩ELS 불완전판매가 적발된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하고 공식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검사의견서를 받은 은행 등 판매사는 명시된 위반 사항에 대한 소명을 해야 한다. 금감원 검사국이 이를 토대로 제재 사전조치안을 만들면 이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확정된다.

    앞서 금감원은 홍콩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통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실을 대거 적발했다. 

    검사 결과 지점 창구 직원의 일탈을 넘어 본사의 판매정책과 시스템에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포착된 점을 감안하면 기관 제재 및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콩ELS 판매규모가 컸던 만큼 이론적으로는 조 단위 과징금 부과도 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 57조 1항에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100분의 50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조항'이 포함됐다.

    여기서 말하는 ‘수입’은 계약의 목적이 되는 거래금액으로 투자성 상품은 투자액, 대출성 상품은 대출금, 예금성 상품은 예치금을 뜻한다.

    홍콩ELS 사태에 대입하면 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액 17조1000억원의 50%인 8조550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판매사별로는 KB국민은행은 4조원, 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은 1조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

    다만 금소법 시행령에는 과징금 감경 기준이 있다. 예방 노력, 내부통제 기준 및 금융소비자보호기준 운영상황 등이 고려되기 때문에 실제 과징금 액수는 이론적 수치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은행권이 조기 자율배상에 나선데 따른 감경요인도 존재한다.

    시중은행들은 이번주 내 자율배상 의사결정을 서두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27일, 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28일, 국민·신한은행은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자율배상 수용여부를 결정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과징금 경감과 관련해 “금소법 상 과징금 제재를 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자율배상이 기계적으로 고려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위법 행위자의 적극적인 사후수습 노력에 대해서는 참작할 수 있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연합뉴스 제공
    ▲ ⓒ연합뉴스 제공
    ◇ CEO 징계 여부 '촉각'…DLF사례 부담

    금융당국이 홍콩ELS 대규모 손실 사태 배경에 조직적인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내부통제 미흡 책임을 물어 CEO를 포함해 임원 징계도 검토될 수 있다.

    다만 경영진 처벌 시 법적 다툼의 여지가 적지 않다.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을 묻기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은 아직 진행 중이고, 현행법에서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 의무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앞선 사례들도 당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지난 2019년 벌어진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금감원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취소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와 ‘준수’ 의무를 나누어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직원들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위반에 따라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관리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임원들에 대한 직접적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 규정이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바꾸어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역시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걸었고 지난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를 받아냈다.

    이 때문에 금감원도 내부통제 관련 CEO 징계에는 조심스런 반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LF 사태 이후 소비자 관련 법규가 강화됐고, 형식적인 측면은 지켜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정립된 제재 기준과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