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전제 둬야 대화 가능성 시사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 암·만성질환 환자 대처 프로젝트 가동"의사는 환자를 떠나서는 안 된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
  • ▲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유튜브 갈무리
    ▲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유튜브 갈무리
    젊은 의사(전공의·의대생) 중 1/3가량이 '추후에도 수련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의대증원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대학병원 인력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간 '의사 악마화' 프레임에 환멸을 느꼈고 원점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와의 대화 창구도 열리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의사는 환자를 떠나서는 안 된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고 강조하며 사직 전공의가 암, 만성질환자 대처를 위해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NCTP, Nationwide Cancer/Choronic disease Triage Project)를 추진한다는 점은 희망의 한줄기로 비친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 지하 1층에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공의·의대생 총 3만1122명 중 1581명이 응답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 현실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는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감축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96%(1518명)였다. 응답자의 4%(63명)만이 "의대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으십니까'라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34%(531명)가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 하는 것에 환멸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87%에 달했다. "구조적 해법 없이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77% 수준이었다.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해당 질문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분리하지 않은 데이터이지만 전공의 비율이 더 높다. 이는 복귀할 의사가 없는 전공의가 많다는 것"이라며 "설문 이전에도 1/3 내지 절반 정도는 이러한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복귀 의향이 없는 비율은 높지만 이 수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의료공백을 방어하기 위해선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 그 조건으로 해석 가능한 설문도 진행돼 주목된다.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라는 응답이 9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인상 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 전공의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 순으로 집계됐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됐고 대통령실 차원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휴학을 결정한 의대생은 원점 재검토를 협상 테이블 구성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한 것이다. 
  • ▲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 조사.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
    ▲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 조사.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
    ◆ 전공의 주도로 '암 환자 대응 체계' 제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입장이 재확인됐고 의료공백은 심화할 전망이지만 남겨진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자세도 보였다. 선배들은 강대강 대치에 함몰됐지만 이들은 환자를 보호하려는 대책을 마련해 주목됐다. 

    이날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는 환자를 떠나서는 안 된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되새겨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은 급성 응급의료 체계는 작동하고 있다. 남은 의료진들이 많이 지치기는 했지만,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급성 환자분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암 환자 또는 신부전과 같은 만성질환자들은 진료가 연기되는 것에 직접적인 불편함을 겪고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불안에 떨고 있다.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사직한 개인 전공의들이 주축이 되어 휴학 의대생들, 교수님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 (NCTP, Nationwide Cancer/Choronic disease Triage Project)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독자 판단이나 진단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진단한 교수님과 연락해 지연에 따른 위험도를 함께 평가해서 각 환자 상황에 맞는 최선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는 물론 한계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지부에 '공식 시스템화' 되기를 바란다"며 "성공적으로 작동돼 혼란이 마무리된 뒤에도 의료전달체계 복원에 기여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