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선 장밋빛 전망' 코스피, 2700선 중반 돌파 지지부진총선 앞두고 밸류업·금투세 폐지 정책 추진력 우려 선반영개미마저 국장 떠나 미장·코인시장으로 탈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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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섹터의 선전 속에 2800선 고지를 넘보던 국내 증시가 2700선 중반을 좀처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낮아진 금리 인하 기대감, 대만 지진, 전기차 수요 우려까지 겹치자 유독 K-증시가 악재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밸류업 프로그램과 금융투자세 폐지 등 정책 추진력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하는 가운데 증시 한축으로 자리잡은 개인 투자자의 이탈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8% 하락한 2706.97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간 강보합권에서 숨고르기를 이어가던 코스피는 결국 나흘 만에 하락 반전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전일 대비 1% 상승하며 다시 2730선을 회복한 상태다. 코스피는 지난 21일 2690선에서 2750선까지 단숨에 회복한 뒤 박스권 흐름을 지속 중이다.
전일 코스피가 내린 건 여러 악재가 겹친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다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량 감소 충격이 국내 증시까지 영향을 미쳤다. 대만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악재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일 닛케이225 지수(-0.97%), 상하이종합지수(-0.18%), 홍콩항생지수(-1.24%) 등 아시아 증시의 낙폭은 코스피(-1.68%)보다 작았다. 지진이 발생한 대만의 가권지수조차 0.63% 내렸다. 지진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TSMC가 0.76% 약세를 보인 가운데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삼성전자(-1.06%)와 SK하이닉스(-3.81%)는 오히려 더 많이 빠졌다.
국내 증시가 유독 악재에 민감한 흐름이 나타나는 건 4월 10일 이후 정부 정책 모멘텀에 대한 불확실성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밸류업 프로그램과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투자세 폐지 등은 총선 이후 결과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반기 본격 시행을 전제로 오는 5월께 지원방안 최종안 발표를 예고했지만 시장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금융주, 자동차주 등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은 3월 들어 뚜렷한 조정세에 들어갔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는 시나리오 하에서는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1월 말 이후 지수 대비 아웃퍼폼한 밸류업 관련주인 자동차·금융·지주 등이 3월 하순 이후 약세인 현상은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중소형 증권사 한 지점장은 "최근 국장은 수익률이 낮으면 다른 곳에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장세로, PB들도 '줄 때 먹자'는 마인드로 접근하며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추세"라면서 "총선 결과를 보고 움직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스피의 박스권 등락 흐름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탈출하고 있다는 점도 지수의 상승 동력을 억누르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난 1월 코스피 주식을 4조5914억원 사들인 개인들은 2월 7조6565억원, 3월 4조50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따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상승랠리가 오랜 시간 물려있던 개인투자자들에겐 차익실현의 기회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부터 이달 3일까지 삼성전자가 15.68%, SK하이닉스가 33.04% 상승하는 동안 개인은 각각 5조2862억원, 788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대신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와 코인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투자 보관액은 748억2886만달러로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646억9553만달러)과 2월(721억6139만달러) 이후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이 하루 만에 2조8622억원이 유출, 올해 예탁금 감소폭이 가장 큰 날로 기록된 지난달 5일 업비트 일일 거래량은 144억달러를 돌파하며 연초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 3000선을 점치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개미들은 코스피 추가적인 상승을 낮게 보는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가 처음 2700선을 넘었던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3일까지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 'KODEX 인버스 ETF'를 각각 2198억원, 4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사 한 PB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했던 큰손 고객들도 관리 계좌에서 이전보다 비트코인 ETF 비중을 높이거나, 비트코인 직접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면서 "국장에 머물러 있기보다 반감기 이후 상승을 기대하며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