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중국 화장품 소비 패턴 변화…주가 174만원서 30만원대로 최근 중국 소비심리 회복에 주가 상승 기대감 솔솔…목표주가 줄상향"중저가 로컬 브랜드 대세"…화장품 대형주 상승 제한적 분석도
  • [편집자주] '왜오르株?(왜내리株?)'에서는 주식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핫(HOT)한 종목을 다룹니다. 주식은 둘 중 하나죠. 오르거나 내립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심 있는 종목의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찾기 마련인데요, 간혹 해당 종목이 왜 오르는지 혹은 왜 내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앞으로 해당 기사를 통해 상승·하락하는 종목들의 이유와 이에 대한 시장의 정확한 해석, 향후 전망까지 톺아봅니다.

    '생건스님'. LG생활건강의 주가 하락에 참고 버텨온 인내심 깊은 장기 투자 성향 투자자를 부르는 별칭입니다.

    지난 8일 기준 LG생활건강의 주가는 36만원대. 2021년 주가가 174만원에 육박하며 국내 대표적인 '황제주'로 꼽혔으니 주주들의 몸에 사리가 나와도 열두 번은 나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LG생활건강은 저조한 실적이 발목을 잡으면서 3년 사이 80% 가까이 주가가 하락합니다.

    주가가 처참히 무너진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부진한 중국 내 실적이 꼽힙니다. 2010년대 후반 한한령(限韓令)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연달아 터진 코로나19는 많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코로나 직후만 해도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됐기 때문이죠.

    이는 중국인들의 화장품 소비 패턴 변화로 이어집니다. 지속된 경기 침체로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과거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국의 고가 화장품들이 외면받게 됩니다. 중국의 젊은 세대에서 애국소비 운동까지 번지면서 이를 대체할 중국 로컬 브랜드가 치고 올라갑니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3% 줄어든 1조5672억원, 영업이익은 58% 줄어든 547억원을 기록하는 등 기대했던 엔데믹 효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증권사들의 부정적인 투자 의견이 쏟아졌는데요. 목표주가를 내리거나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낮추는 등 증권가에선 사실상 '매도'로 여겨지는 리포트들이 줄이었습니다.

    주가 40만원대가 바닥인줄 알았더니만 이후 30만원대에서 오랜 기간 주가는 횡보합니다. 회사를 굳게 믿으며 기다렸던 생건스님들도 복장이 터졌을 겁니다. "주주들 사리 나오면 후가공 후에 목걸이 만들어 수출하는 사리 관련주 아니냐"는 눈물 섞인 성토마저 쏟아졌죠.

    최근엔 희망의 빛이 들어오는 듯합니다. 얼어붙었던 중국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반년 넘게 줄곧 30만원대에서 머물렀던 주가는 다시 40만원대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3월 들어 지난 1일까지 주가는 27% 상승하면서 40만5000원을 찍었습니다. 40만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얼마 못가 다시 36만원대로 조정받긴 했지만 그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던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되고 있는데다 중국 외 지역에서의 성장세도 뒷받침되고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1분기 LG생활건강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0.59% 증가한 1조6937억원, 영업이익은 14.63% 감소한 124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LG생활건강의 목표가를 기존 33만원에서 38만원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29만원에서 41만원, 33만원에서 43만원으로 끌어올렸는데요. 고점 대비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의 주가지만 높아지는 눈높이는 주주들에겐 반가운 대목입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중국 매출 성장 전환, 비중국향 판로 개척 등은 궁극적으로 외형 회복이다"며 "이에 따라 수익성 하락 종료, 개선 본격화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형주의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인들의 화장품 소비 패턴이 과거와 달라진 점을 감안할 때 현지·중저가 시장에 주력하는 OEM사 주가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죠. 실제 중소 화장품을 위탁 생산하는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올해도 실적 호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최악은 면했지만 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비중국 확장 성과, 미국 정예화 효과, 중국 사업 효율화, 비면세 채널 다변화 정도에 따라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