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신임 상무 3인 탄생… 3년만의 임원인사기존 임원 유지, 홍원식 회장 자녀들도 모두 재직 중변화보다 조직안정… 홍 회장 남은 갈등해소가 과제로
  • 3년 동안 멈춰있던 남양유업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중단됐던 남양유업의 임원인사가 3년만에 재개된 것이다.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한앤코는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남양유업 정상화에 시동을 건다는 포부다. 다만 홍원식 전 회장의 자녀가 여전히 임원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19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임원인사를 통해 3명의 신규 임원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신임 임원의 승진이다.

    이종찬 남양유업 천안공장 공장장, 양영일 남양유업 영업본부장, 서경민 남양유업 경영전략본부장 등 3명이 모두 신임 상무로 임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양유업에서 신규임원이 탄생한 것은 2021년 말 이후 처음이다. 

    사실 남양유업은 식품업계에서도 임원 풀이 유독 좁은 곳이다. 2000명이 넘는 조직에서 이사회를 제외한 임원은 6명에 불과하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1년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정기인사를 중단했다. 당시 남양유업 지분 매각에 대한 분쟁으로 홍원식 전 회장과 한앤코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사회의 역할도 유명무실해졌다. 

    그런 남양유업에서 3년만에 임원인사가 이뤄진 것은 한앤코 체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앤코는 지난달 29일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여을 한앤코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 등을 가결시키면서 이사회를 장악한 바 있다. 이번 인사가 한앤코 체제의 1호 인사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이번 임원인사 과정에서 퇴직한 임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기존 임원은 모두 자리를 지켰고, 별도의 외부영입 임원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보다는 남양유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내부 직원을 임원으로 발탁함으로서 조직을 정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쉽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내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 활용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는 한앤코의 조직 안정화에 대한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원식 전 회장의 두 자녀도 이번 인사에서 모두 잔류했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와 차남 홍범석 상무는 현재까지 모두 남양유업에 재직 중이다. 

    업계에서는 한앤코와 홍 전 회장의 남양유업 지분 갈등만 해소됐을 뿐, 아직 해묵은 갈등이 남은 것에 따른 결과로 해석한다. 한앤코는 홍 전 회장의 지분 계약 미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이고 홍 전 회장은 고문직과 별도 사무실 등의 요구를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회장의 두 자녀를 모두 퇴출시키는 것이 자칫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한앤코와 홍 전 회장의 살얼음판 같은 갈등은 지난 정기 주총 이후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정기주총은 한앤코가 최대주주로 오르기 이전인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홍 전 회장은 정기 주총에서 한앤코 측 인사의 이사 선임안에 모두 찬성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교체보다는 기존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기에는 아직 홍 전 회장과의 관계가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과제도 남아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