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입사… '한화맨' 상징으로수석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고문 위촉김동관 부회장 승계 구도 힘 실려
  •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이자 한화그룹 2인자로 불리는 금춘수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승계 구도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금 고문은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를 비롯해 한화시스템, 한화비전, 한화솔루션 등 총 4개 회사 수석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지난 4월 1일자로 고문에 위촉됐다. 

    1953년생인 금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 1978년에 입사해 40년 넘게 한화그룹에 몸 담았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실에서 초대 실장을 역임했고, 한화차이나 CEO를 맡았다가 경영기획실장으로 복귀했다. 2018년 그룹 경영기획실이 없어진 후 ㈜한화 대표이사로 지원부문을 이끌어 왔다. 

    특히 그는 그룹 내 전문경영인의 상징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창업주인 김종회 회장 시절부터 김 회장과 고락을 함께 해오며 빼어난 업무추진 능력과 리스크 관리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방산과 태양광, 중국 진출, 삼성방산 인수합병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에서는 금 고문이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을 두고 이미 예상된 일이라는 방응이다. 지난해 3월 금 고문이 ㈜한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며 이사회 등기임원에서도 물러나면서 퇴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다만 금 고문은 회사에 남아 자문 역할을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금 고문의 퇴진으로 한화그룹의 세대교체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 간 스몰딜 추진을 결의하며 '뉴 한화' 시대를 예고했다. 

    ㈜한화에 있던 2차전지 장비 사업을 떼내 100% 자회사 한화모멘텀을 신설하고 해상풍력·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에, 태양광장비는 한화솔루션에 각각 넘긴다는 게 핵심 골자다. 

    사실상 김 부회장 중심으로 승계 구도에 맞게 사업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태양광·방산에 해상풍력, 수소플랜트까지 미래 먹거리를 총괄하는 모양새다. 사업군별 선택과 집중을 통한 김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효율화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김 부회장은 그룹 핵심 사업인 방산과 에너지를,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을, 셋째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과 로봇 부문을 경영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김 부회장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5년 4개월 만에 현장경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찾은 것도 김 부회장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지분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한화에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김 회장은 ㈜한화 지분율 22.65%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4.91%,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2.14%씩 갖고 있다. 또 삼형제는 지분 100%를 소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 9.7%를 확보해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