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 35개월째 전체물가 평균 넘어서원인에 농축수산물·에너지·인건비 등 지목외식물가 둔화세에 5월엔 전체평균 밑돌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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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9%)보다 0.1%포인트(p) 높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35개월 연속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뛰어넘으며 강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을 상세히 보면, 전체 39개 중 절반에 가까운 19개가 평균보다 높았다. 떡볶이가 5.9%로 가장 높았고 비빔밥(5.3%), 김밥(5.3%), 햄버거(5.0%) 등으로 이어졌다.
서민 체감도가 높은 식품들이 상위권에 오른 만큼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그 원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농축수산물과 전기·가스·수도 가격 상승률, 인건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반적으로 식품 원재료 가격이 외식 음식 가격의 1/3을 넘고,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전기나 가스, 수도 사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 상승률은 모두 2.2%에 머물렀지만 농축수산물 가격과 전기·가스·수도 가격 상승률은 각각 10.6%와 4.9%로 나타났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식당 유형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식재료 가격이 (외식 물가에) 3분의 1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에너지 가격 인상을 제한했음에도 전기나 가스, 수도 요금이 오른 것 역시 가격 인상에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년 크게 오르는 인건비도 외식 물가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상승률은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8350원으로 16.4% 오른 이후 2019년(10.9%), 2020년(2.9%), 2021년(1.5%), 2022년(5%), 2023년(5%), 2024년(2.5%) 등 대체로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지만 외식 물가에 주는 영향은 여전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 음식점 사업체 수는 57만4938개에서 2021(57만2550개)년 2022년(56만9760개)로 해가 거듭할 수록 줄었다. 반면 음식점 종사자 수는 2020년 149만1559명에서 2021년(149만4373명) 2022년(155만5574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음식점 한 곳당 운용하는 평균 인원이 2020년 2.59명에서 2022년 2.73명으로 올라 인건비에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직원을 고용하는 식당에서는 상승한 인건비를 음식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며 "고용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주는) 물가와 인건비가 오르면 자기 인건비 다시 계산하게 된다"며 "이에 이전보다 마진을 더 높게 만들려는 심리가 생기고, 음식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런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적된 한국전력의 적자와 중동 악재로 인한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른다면 다른 물가와 마찬가지로 외식 물가 상승도 피할 수 없다. 최 교수는 "정부가 에너지 가격 동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잠재된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
정부의 외식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도 외식 물가 상승세를 꺾는 데 힘을 실을 전망이다. 지난 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한훈 차관 주재로 식품·외식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민생 물가 안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은 민생 물가 TF를 구성해 경제부처를 넘어 범부처가 유기적으로 참여하는 국가적인 지원체계를 가동함으로써 민생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정부가 시장 경제 체제에서 물가를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외식 업계가 원하는 부분을 들어주는 등 유인책을 통해 물가 안정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음식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장기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나가게 된다"며 "외식 업계도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격 상승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