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혁회의 출범…실손보험 대대적 개혁 예고대통령실 직속 의료개혁특위도 실손 제도 개편 상정의료계 참여로 금융권 한계 넘은 '실효성 있는' 개혁 기대현실적 한계 뚜렷…"실손보험 도덕적 해이가 해결될지 의문"
  •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와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로 또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에서도 '의료대란'의 원인 중 하나로 간주하고 비급여 과잉진료 방지를 위해 제도 개혁에 나섰다. 다만 기존 계약에 대한 소급적용 어려움 등으로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선량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 과감하게 칼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이 실손보험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편집자주]
  • ▲ 보험개혁회의. ⓒ금융위원회
    ▲ 보험개혁회의.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과잉진료와 급격한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꼽히는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갔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고금리·고물가 등 대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전문가와 함께 제도개선 방안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대통령실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마련된 만큼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다만 기존 상품까지 소급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한계 역시 뚜렷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여전히 급증하며 상품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23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을 보면 보험료 수익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경과손해율이 다시 올라갔다. 2022년 101%로 전년 113% 대비 11.8%p 하락했지만 지난해 103%로 2.1%p 상승 전환했다. 

    상품별로는 3세대(신 실손) 손해율이 137%로 가장 높았고, 이어 △4세대(노후·유병력자) 113% △1세대(옛 실손) 110% △2세대(표준화 실손) 92.7% 순이었다. 2017년 출시된 3세대는 2023년 처음 보험료가 인상되기 시작했으며 2021년 출시된 4세대는 5년 이후인 2026년까지 보험료가 조정되지 않는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속해 있는 2세대(2009~2017년)의 경우 손해율이 안정적이지만 보험료 인상이 아직 적용되지 않은 3~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셈이다. 실손보험은 판매시기에 따라 급여와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을 점차 상향 조정해 보장 범위를 축소해왔다.

    손해율 증가는 보험료 증가로 이어져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가중한다. 손해율이 심각할 경우 보험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피하고자 실손보험 판매를 아예 중단하기도 한다. 실제 2010년대 들어 미래에셋생명(2021년 2월), ABL생명(2021년 6월)을 비롯해 12개 보험사들이 판매를 중단했다.

    손해율 상승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가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급된 보험금 중 35%가 비급여 부문이다. 더 근본적 이유는 과거 보험사의 잘못된 상품 설계 때문이다. 과거 실손 상품의 경우 자기부담률이 0%로 설계돼 있어 과잉진료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환자의 '의료쇼핑'이라는 관행으로 이어져, 상위 의료이용량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는 형평성 문제까지 초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이런 보험업의 폐단을 지켜볼 수 없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당국은 7일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에 대한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범부처, 관계기관과 함께 의료개혁 논의와 연계한 실손보험 상품 개선을 모색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해외사례 비교, 심화연구 등을 통해 개혁 논의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240517 ⓒ뉴시스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240517 ⓒ뉴시스
    ◇의료개혁특위서도 '실손보험 제도 개편' 상정

    정부는 의료개혁특위의 의료개혁 핵심 안건으로 '실손보험 제도 개편'을 상정하고,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위에는 보건당국, 금융당국과 함께 각 전문가가 참여한다. 특위는 각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꾸려 연내 주요 의료개혁 과제를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의료개혁 과제에는 병·의원이 국민건강보험 적용 진료와 비적용 비급여진료를 병행하는 경우 비급여 진료내역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할 예정이다.

    또한 실손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간 양자계약인 실손보험 계약을 가입자와 보험사, 병·의원 3자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간 생길 수 있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으며 보험업권이 신뢰를 얻고 재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나가는 것 없이 모든 걸 이슈화하고 개혁해 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보건복지부도 비급여와 실손보험 관리에 나선다. 필수의료를 위한 적정 의료이용과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이유에서다. 비급여 관리를 추진하는 한편 실손보험 개선방안을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의 상품구조와 관리체계를 개선토록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권병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필수의료 혁신을 위해 의료생태계 내 공정한 보상구조를 만들고 의료남용을 방지하는 적정한 의료이용·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비급여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관리를 위해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의료개혁 4대 과제',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 제시한 내용을 논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복지부는 2월 '의료개혁 4대 과제'와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비중증 남용 우려 비급여 관리 △비급여 표준화 및 정보 공개 등 정보 비대칭 해소 △실손보험 개선방안 등이 포함됐다.

    ◇의료계 공동으로 개혁 추진에 '기대'…현실적인 제한 '우려'도

    보험업계에서는 특위까지 마련된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A보험 관계자는 "실손보험 관련 문제는 지속 거론됐지만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상품 관련된 것들로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에는 의료 쪽에서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얘기가 개진됐고, 특위까지 마련된 만큼 현실적이고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보험 관계자는 "그간 실효성 있게 추진되지 않다 보니 관련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이행해주길 바란다"며 "서둘러 바로잡지 않으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대 증원 효과도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보험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대부분 보험사가 적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불합리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정부가 1~3세대 같은 기존 계약 실손까지 손을 대는 건 현실적으로 제한이 있는 만큼 만연화된 실손보험 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량한 다수 소비자 보호를 위해 비급여 문제 개선 관련 실손보험 개편과 의료개혁 과제가 조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