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신용등급 'BBB'로 강등…등급전망 하향 조정 후 1년만부동산PF 리스크에 NIM 하락…대손비용 부담에 수익성 추가 하락 우려바로·페퍼·KB 등 6개사도 부동산PF 여파로 등급 조정…2Q 실적 악화 불가피부실채권 재구조화-매각 따른 손실 반영 전망…저축은행 사태보다 더 큰 손실 우려
  • ▲ OK저축은행. 사진=정재훈 기자
    ▲ OK저축은행. 사진=정재훈 기자
    저축은행업권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자산 기준 2위인 OK저축은행마저 신용등급 강등을 비껴가지 못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부실 PF사업장 정리와 그에 따른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선 저축은행 사태보다 심각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했다. 지난해 5월 등급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한 지 1년 만에 신용등급이 내려앉은 것이다.

    한기평 측은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재무건전성 유지에 부담 요인인 점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의 1분기 기준 부동산PF 관련 대출은 2조353억원으로 총대출의 17.3%, 자기자본 대비 134% 수준이다. 부동산PF 관련 대출 중 본PF는 9498억원, 브릿지론은 1조855억원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셈이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경기가 저하되면 사업 지연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더 크고 부동산 경기 연착률을 위한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더 적다. 본PF의 경우 시공사가 대부분 중소형 건설사로 구성된 데다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비중이 약 40%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공 리스크와 분양 리스크가 적지 않다.

    김태현 한기평 실장은 "부동산 경기 저하가 지속하는 가운데 부동산PF 익스포저가 크고 질적으로도 열위에 있는 점이 재무건전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전성 지표 역시 악화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1분기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관련 대출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72.2→83.1%) △고정이하여신비율(3.2→20.2%) △연체율(3.9→18.0%) 등으로 전년 말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자산건전성이 저하되면서 대손비용이 크게 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손비용이 전년대비 줄었으나 대출채권처분손실이 늘어 수익성이 감소했다.

    이 같은 수익성 축소는 올해도 지속할 전망이다.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조달금리 상승 부담은 줄었지만, 대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대손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PF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대손비용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부실채권 매각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OK저축은행은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충분한 대응 여력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OK저축은행 측은 "고금리 지속, 부동산 경기 위축 등에 따라 비우호적인 대외환경이 지속하며 업권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며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시장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등 관리체계를 정교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신용등급 평가는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며 "충분한 재무여력을 보유한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충분한 대응 여력을 갖췄다"고 부연했다.
  • ▲ 저축은행. ⓒ연합뉴스
    ▲ 저축은행. ⓒ연합뉴스
    ◇OK에 앞서 6개사 신용등급 하향 조정…당국 PF사업 재구조화 후 추가 손실 가능성

    문제는 자산 기준 국내 저축은행업권 2위인 OK저축은행 외에도 △바로저축은행 BBB+→BBB △페퍼저축은행 BBB→BBB- △KB저축은행(A) 안정적→부정적 △대신저축은행(A-) 안정적→부정적 △다올저축은행(BBB+) 안정적→부정적 △애큐온저축은행(BBB) 안정적→부정적 등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2분기 들어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PF 익스포저는 7153억원으로, 총대출의 48%, 자기자본 대비 320%에 달한다. 페퍼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작지만, 지난해 보수적인 영업 기조와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영향이 컸다.

    KB·대신·다올·애큐온 등 4개사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거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가 200%를 상회했다.

    더 큰 문제는 저축은행업권의 2분기 실적이 이보다 더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1분기 15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저축은행이 1년 넘게 분기 기준 연속 적자를 이어간 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이다. 전년동기 -527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3배 가까이 커졌다.

    저축은행의 1분기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은 대출 축소에 따라 이자수익이 감소(-2336억원)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올 들어 보수적으로 여신을 취급했다. 또 부실채권을 매각·상각(자산 제외)하며 리스크를 관리해왔다.

    그 결과 저축은행 총여신은 지난해 말 104조원 대비 2.6% 줄어든 10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부동산PF 대출 부실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것도 적자 폭을 키웠다. 저축은행업권이 추가로 쌓은 대손충당금만 1326억원에 달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2%로, 법정 기준(100%) 대비 12.9%p 초과했다.

    2분기에는 앞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안'에 따라 전체 230조원 규모인 PF사업장의 5~10%가 재구조화와 매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추가충당금 적립과 경·공매가 진행되면서 2금융권은 수조원대 추가 손실을 인식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4월 발표한 '저축은행·캐피탈·증권 등 3개 업종 스트레스 테스트' 자료를 보면 2금융권의 부동산PF 관련 예상손실은 시나리오별 최소 8조원에서 최대 13조8000억원에 이른다.

    저축은행업권의 최대 손실액은 4조8000억원 수준이다.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저축은행은 연간 적자가 2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가 한창이던 2012년 당시 적자 규모(1조4000억원)를 크게 웃돈다.

    다만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지만, 대손충당금 적립률과 손실흡수능력을 고려할 경우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법정 기준의 2배인 14.6%에 달하는 등 경영안정성 지표는 양호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예금금리 안정화, 거시적 불확실성 해소와 손실흡수능력 확충 등 내실 강화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