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 연초 대비 2조 가까이 늘어 5월 증시 부진에 52주 신저가 종목 무더기"밸류업 저PBR주 기대감 여전 투자 지양"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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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빚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저PBR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투자 행위에 경고등을 울리고 나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6332억 원으로 올해 초 17조5370억 원 대비 1조962억 원 늘었다. 시장별 잔고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10조5409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9조9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증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투자자들의 빚투는 되레 늘어난 셈이다. 연초 대비 전일까지 최근 기준 코스피 지수는 2.52%, 코스닥 지수는 7.40% 하락했다.

    신용거래융자가 증가한데는 올 초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증시 부양책에 1분기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이어 반도체·화장품·전선·식품 등 섹터들이 다수 상승세를 보인이면서 밸류업에 대한 수혜주도 주목 받았다.

    실제 빚투 나선 이들은 주로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을 공략했다. 밸류업 발표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신용거래 융자 증가율 상위 업종에는 보험, 금융업, 철강·금속, 통신업, 증권, 운수장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정부의 기업 기업가치 제고 계획가이드라인이 최종 확정되고 미국 4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예상치에 부합했다는 결과에 개인투자자들이 투자를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달 증시가 하락세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에만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360개에 달한다. 이 중 코스피 종목이 99개로, 전체 코스피 상장 종목의 약 10%가 신저가를 썼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 대거 이탈 등으로 약 3% 하락하며 7만 원선에서 횡보했다. 빚투 비중이 커진 만큼 향후 증시 변동에 따라 개인 손익 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용거래융자가 늘어나면서 증시가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에 시장에서는 빚투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표했다. 특히 저PBR 업종 수혜가 꾸준히 이어질지에 대한 엇갈린 시선도 나온다. 국내 상장사의 9% 정도를 제외하고는 중견·중소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다 기업의 적극적인 밸류업 참여 없이는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경수 연구원은 "대표 저PBR 업종인 국내 은행들의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시에도 주주환원율이 곧바로 큰 폭 상향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점진적 확대라는 방향성 측면에서는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부의 중점 추진사항이므로 자본력을 다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현 금융당국의 분위기가 향후 변화될 여지도 있다"며 "실적 안정성 및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이 높은 기업 위주의 선별적인 투자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일본 동경 거래소도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무조건 PBR을 1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며 "저PBR 테마주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