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시작 후 단 3곳상장사들 올 3분기부터 공시 계획 발표"밸류업, 구체적인 목표·계획 수립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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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증시 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한 가운데 상장사들의 참여율은 아직 저조한 모습이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시행일인 27일 이후 현재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 자율공시를 단행한 곳은 단 KB금융·키움증권·에프앤가이드 단 3곳 뿐이었다. KB금융의 경우에는 단순한 안내 공시로 사실상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상장사는 2곳에 불과하다.

    이후 이달 들어서는 기업가치 제고 자율공시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직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밸류업 공시 참고서 격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공시를 준비 중인 기업이 향후 일정을 미리 안내하는 예고 형태의 공시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방법으로 주주환원 측면만 강조하지 않는다"며 "기업별 특성과 성장 단계, 업종, 시장 전략 등에 따라 주주환원 외에도 R&D 투자, 수익성 확대, 성장성 강화 등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들의 참여도가 미지근한데는 세법 개정이 필요한 세제 지원·인센티브 제공 등 불확실한 상황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그간 밸류업 정책을 '강제성'보다는 '자율성'에 방점을 찍겠다는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정작 적극적인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이 없어 사실상 '알맹이 없는' 밸류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중순 법인세 세액공제·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개원한 22대 국회의 의석 구조상 300석 중 171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인 세법 개정이 불가능한 상황에 밸류업 정책 관련 논의는 '제자리 걸음'인 상태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정책 초기 단계인데다 상장사들이 기업가지 제고 계획을 충분히 고민하고 공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은 하반기 들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상장기업의 53%는 하반기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다. 

    공시 시기는 전체 응답자의 17.8%가 3분기를 선택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68.8%) 비중이 컸고, 연결 자산 총액 10조 원 이상(66.7%) 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64.5%)이 많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자본의 효율성이 주주와 공유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며 "최고경영자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이행 계획 발표가 자본시장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