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서 밀려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구급차 오면 병원진료 '올스톱' 문제 소방청과 업무협약 공개 제안
  • ▲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 ⓒ박근빈 기자
    ▲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 ⓒ박근빈 기자
    # 천식을 앓던 아동이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 탓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아이의 부모는 동네에 있는 A아동병원을 찾았고 가까스로 급한 불은 껐다. 호흡 부전의 위험이 있었기에 의료전달체계상 상급병원서 대응하는 것이 맞았다. 만약 대응하기 어려운 질환이나 상황이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심장 수술 후 뇌전증까지 치료 중인 카부키증후군 환아에게 세균성 폐렴이 발생했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입원이 어려워 B아동병원에서 대응했다. 그러나 면역기능 저하 문제로 인해 급속도로 폐렴이 진행돼 이송이 필요했다. 일일이 문의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었고 진료권역을 넘어 겨우 전원했다.

    2일 뉴데일리와 만난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해당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고 소아응급체계가 무너졌다는 것을 심각하고 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장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살리고 싶은 아이도 마냥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로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데 응급 수가 등 지원책이 없으니 가동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응 가능한 영역에서 효율적인 치료를 하고 대응이 어렵다면 전원을 보내는 체계가 형성돼야 하는데 이 기본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응급실 대응 시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를 기반으로 한다. 통상 1∼3등급은 응급이자 중증 환자군으로 4∼5등급은 비(非)응급·경증 환자군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아동병원은 3~5단계의 환자 대응 역량을 갖춘 곳이 대다수다.

    결국 이 역량을 유지하도록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응급실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니 그에 합당한 대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오픈런, 마감런의 상징인 공간인데 구급차가 들어오면 병원 의료진은 진료를 올스톱하고 대응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일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진료비 청구 삭감 문제가 굉장히 부담되고 불편한 일"이라며 "소아과 진료는 감염 검사가 주를 이루는데 성인 진료와 마찬가지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응급실이 아닌 이유로 응급환자 진료의 모든 과정 진료비가 3만원 내외다. 3시간 내외의 시간이 걸리며 병원 수익은 생각할 수도 없고 오로지 사고만 안 생겼으면 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료하는 상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 시급한 문제 풀려면 … 병원 전 단계 '소방청 협약' 공식 제안

    최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소아진료 사각시간대 해소 등 진료공백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지역 아동병원과 지역 소방청간 소아 응급상황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인터뷰를 통해 협악 체결을 공식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구급 대원에 의해 소아 환자가 아동병원을 내원할 시 신속 대처가 어렵고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 부담감 등이 많고 의료대란 탓에 과부하 걸린 소아응급 진료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다. 

    그는 "갈수록 소아진료 공백이 커져 아동병원과 소방청 모두 소아응급 진료와 이송에 더 큰 애로가 발행할 수 있다"며 "사전에 조율해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체계라도 만들자는 의미"라고 했다.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 분류표에 입각한 환자 대응 역량을 확인하고 아동병원서 수용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 필요시 신속한 대응을 하도록 준비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응급실도 아닌데 15~20분 전 연락을 받고 치료에 돌입하는 것은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소아과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구체화해야 할 많은 대안이 있지만 일단 응급소아를 살리는 방안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도 간신히 버티는 중이지만 아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의정 모두가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