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냐 해리스냐" 美 대선에 불확실성 고조올 들어 900선 8거래일뿐, 820선 박스권 갇혀 코스닥 부실기업 확대에 투자자 신뢰도 떨어져 내수침체 '코스닥 디스카운트' 근본적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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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시장이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증시 부양책으로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스피 시장에 유리하게 흘러간데다 이제는 미국 대선까지 혼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코스닥 대장주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여기에 내수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812.12) 기준 연초(1월 2일) 대비 7.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3.9% 올랐다. 지난해 '이차전지 붐'으로 코스피 거래대금을 앞서며 주목받았던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올 들어 지수 900선을 넘은 것도 밸류업·대선 테마주가 반짝 떠올랐던 3월 21일부터 4월 1일까지로 단 8거래일에 불과했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도 810대에 머무르며 밀리면서 52주 최고가를 세웠던 지난해 7월 26일(956.40)과 비교해서는 14% 이상 하락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 초만해도 지수가 860선을 넘기며 상승세를 보이나 싶었던 코스닥은 '트럼프 트레이드'와 바이든의 대선 후보직 사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에 코스닥에 포진된 이차전지 상장사들의 타격이 예상되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친환경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러다보니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관련 정책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투심도 함께 위축되고 있다. 

    이미 코스닥 시총 1위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월 2일 28만3500원에서 한때 30만 원까지 넘어섰지만 현재는 18만 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연초 대비 이날(18만6100원)까지 무려 52%나 빠지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알테오젠에게 시총 2위 자리를 내준 에코프로 주가도 같은 기간 대비 24.21% 하락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떠오르면서 코스닥 증시가 복원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에서 처음으로 2%포인트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대선 변수 외에도 내수시장에서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근본적으로 코스닥 상장사들이 코스피 상장사와 체급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코스닥 상장사들의 기초체력이 부족한 것도 코스닥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이차전지, 바이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종목들로 이뤄지는데 이차전지는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수익이 좋지 않고 반도체와 소부장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이슈가 있어 상승세가 쉽지 않다"며 "바이오 섹터 역시 이익으로 주가가 증명되는 회사가 많지 않아 반등 이슈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코스닥이 주로 소부장·제약바이오 등 성장주 위주로 포진된 만큼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상장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상장 이후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그 과정에서 상장폐지만 면하자는 이른바 '좀비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는 17년 전 대비 70% 이상 늘었지만 지수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상장사가 늘어난 만큼 부실 종목 수도 그만큼 확대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근본적으로 코스닥 자체에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쌓아야 하는 점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식도 결국 수요와 공급 원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코스닥 상장사가 많으면 가격(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코스닥 시장 종목 수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평판 리스크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상장사들을 원칙대로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만 코스닥 전반적으로 내실이 부실한 기업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며 "그나마 코스닥을 받쳤던 기업들마저 이전상장을 준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장기적으로 코스닥 자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등 정부가 증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코스피뿐만 아니라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상장 후에도 특혜 적용을 유지해야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