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속세 최고세율,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것 말 안 돼"상속세 세율, 과표, 공제 안갯속 … 진통 예고최대 60%의 상속세 납부 … OECD 회원국 중 최상위
  • ▲ 국회 본회의장 전경 ⓒ뉴데일리DB
    ▲ 국회 본회의장 전경 ⓒ뉴데일리DB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일괄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야(巨野)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4일간의 입법 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15개 세법 개정안(내국세법 12개, 관세법 3개)을 제출할 예정이다. 세법은 국회 기재위 법안 심사를 거쳐 연말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으로 일괄 처리된다.

    상속세 완화의 3대 축인 세율, 과표, 공제 모두 안갯속이다. 정부는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인하하고, 최저세율(10%) 과표 상한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면서 30억원 초과 50% 세율 구간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1인당 5000만원에 불과해 거의 사문화된 자녀 공제를 1인당 5억원으로 대폭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상속인이 2~3명인 현실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감세 효과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무게를 두는 일괄 공제 확대는 자녀 공제보다는 감세 효과가 덜한 편이다. 일괄 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면 배우자 공제(5억원)까지 포함해 상속액 15억원까지 세금 부담이 사라진다는 논리다. 일괄 공제만 높이더라도 '집 한 채'를 가진 서울 중산층들은 대부분 상속세에서 자유로워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가 25년간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자산 수준 등을 반영하지 못했고, 중산층도 대상이 됐다"며 "단순히 부자들에 대해 감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 경제의 선순환 차원이라고 설명하면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세법 개정안이 공개되자마자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2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연간 발생하는 상속 건수가 약 35만건으로 이 중 상속세를 납부하는 분이 약 2만명이다. 한 5~6% 정도만 상속세를 납부한다는 것인데, 그 상속세의 90% 이상은 과표 30억원 초과 상속자, 약 2400명이 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감세로 줄어드는 세수의 대부분이 상속세 완화로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초부자 감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이 45%인데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내는 최고세율은 40%로 낮추자고 하면 노동으로 인한 소득세보다 훨씬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게 합당한 것인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은수 최고위원도 모두 발언을 통해 "세무사회에서도 상속세 개정안이 실현된다면 그 효과는 자산이 아닌 과표 3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상속자 2400명에게 매년 1조8000억원의 상속세율 인하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누가 봐도 서민·중산층이 아닌 2400명의 부자, 초부자들을 위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글로벌 추세나 경제 논리와 동떨어졌다는 의견도 많다. 주요 선진국들은 상속세가 투자와 일자리 감소의 원인이라며 폐지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평균 13%에 불과하고, 10개국은 폐지했다.

    무엇보다 지난 1999년 이후 상속세는 25년간 단 한 번도 손질되지 않았으므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기준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50%다.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세를 물리고 있어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1위다.

    최고세율 60%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상속세로 개편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세 부담에 해외로 떠나는 한국 상장사 대주주가 5년 동안 2배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의 국외 전출세 현황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부담에 지난해 해외로 떠난 상장사 대주주는 26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세제가 처음 시행된 2018년(13명)에서 2019년(28명) 급증했으나, 2020년(11명) 대폭 감소한 이후 2021년(18명), 2022년(24명)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자산가들의 국내 이탈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올해 한국의 고액 순자산 보유자 순유출을 1200명으로 전망했다. 중국(1만5200명)과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상속세는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는 만큼 자산의 해외 도피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집값과 물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상속세 공제 기준이 28년째 그대로인 만큼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